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업무보고를 받으며 ‘진도개 정신이 없다’고 질타하자 다음 날 각 신문이 ‘진도개 정신’ ‘진돗개 정신’으로 제각기 표기했다. 한글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 규정에 따르면 ‘진돗개’가 맞다. 발음이 ‘진도깨’ ‘진돋깨’로 나오니, ‘깨’라는 된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이시옷’이 들어가야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진돗개’만 올라 있다. 대북(對北) 경계태세 수준을 표시하는 군사용어 역시 ‘진돗개 하나, 둘, 셋’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2010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진도군이 각 언론사에 ‘진도개’로 써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진돗개’로 쓰면 ‘진도개’의 원산지인 ‘진도(珍島)’가 잘 드러나지 않는 데다 ‘진도개’와 ‘진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종의 다른 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3월 공포한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도 ‘진도개’로 쓰고 있다.
본보를 비롯한 많은 신문이 진도군의 요청을 받아들여 ‘진도개’로 표기하고 있지만 아직도 ‘진돗개’로 쓰거나 양쪽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진도개 논란을 풀 방법은 없을까.
‘택견’이 생각난다. 2011년 8월 31일 ‘짜장면’과 ‘먹거리’ 등 39개 단어를 복수표준어로 인정할 때 ‘택견’도 복수표준어가 됐다. 그전까지는 순우리말 ‘태껸’만이 표준어였다. 택견은 조선총독부가 1920년에 ‘조선어사전’을 발간할 때 표제어로 올려놓으며 세를 넓혔다. 하지만 광복 후 인쇄매체는 태껸만을 썼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택견’을 써온 ‘한국택견협회’ 등이 이의를 제기했다. 논의 끝에 협회 이름을 고유명사로 인정해줌으로써 택견도 복수표준어가 된 것이다.
고유명사에 들어있는 자치단체 이름을 빼달라고 주장해 관철된 사례도 있다. 전남 영광군과 경북 울진군은 지난해 5월 영광원전과 울진원전을 각각 ‘한빛원전’과 ‘한울원전’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잦은 사고를 일으키는 원전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진도’와 ‘개’를 합쳐 합성어를 만들 땐 ‘진돗개’로 적는 게 맞지만 천연기념물 제53호인 토종견을 지칭할 땐 고유명사로 인정해 ‘진도개’로 쓸 수 있다. ‘진도개’를 복수표준어로 인정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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