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내정되자 방송통신 관련자들 사이에서는 “뜻밖이다”란 반응이 쏟아졌다. 최 후보자는 1986년 판사로 임용돼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춘천지방법원장 등을 지냈다. 법조인 출신이 방통위원장이 된 것은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후는 물론이고 2000년 통합 방송위원회 이후에도 처음 있는 일이다.
청와대는 최 후보자에 대해 “한국정보법학회장을 지내는 등 관련 전문성과 경험을 갖췄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정보법학회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법제도를 연구하는 학회다. 최 후보자는 어제 “방송통신 분야에 종사하지 않았던 게 방통위의 독립성, 공정성 확보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마전 같은 ICT 분야에서 업계의 로비에 휘둘리지 않을 인사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평가할 만하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데 대해 “제조업체 로비가 있어서 그런지 잘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부터 정홍원 국무총리,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황찬현 감사원장 등 주요 자리에 법조인 출신을 중용했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국정철학의 반영일 것이다. 최 후보자도 법조계 내부의 검증을 거쳐 대법관 후보로 거론된 만큼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ICT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첨단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분야다. 법과 규제만 강조하다 보면 ICT 산업의 발전이나 방송의 공익성 등이 소홀해질 수 있다. 방통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정치적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설득해 풀어 나가는 것이 위원장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최 후보자 앞에는 이동통신업계의 개인정보유출 사건 방지책 마련, 단통법 국회 통과, KBS 광고 폐지와 수신료 인상 등의 중요한 현안이 쌓여 있다. 방통위원장이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업계보다는 소비자들의 이익을 중시하면서도 ICT와 방송산업의 발전을 고려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최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다시 한 번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