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대북 풍선단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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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복 씨는 요즘 투지가 샘솟는 기분이다. ‘대북(對北) 풍선단장’으로 통하는 그는 4일 강원 철원과 경기 연천에서 북한에 전단(삐라)을 날려 보냈다. 언론에도, 정부에도 알리지 않았다. 하루 뒤 북한이 항의 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내왔다. 전단이 북한 지역에 떨어졌다는 증거다. 북녘 동포에게 진실을 알리는 전단이야말로 북한을 변하게 할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더이상 반가운 일은 없다.

▷북한을 탈출해 1995년 한국에 온 그는 2003년부터 전단을 날렸다. 처음에는 고무풍선을 이용하다 2005년 7월 자루 형태의 비닐풍선을 개발해 대량 살포의 길을 열었다. 이 씨는 목표 지역의 상공에서 비닐풍선을 터뜨려 전단을 쏟아내는 타이머도 개발했다. 처음에는 화학약품으로 풍선을 터지게 만드는 화학식 타이머를 쓰다가 2008년 7월부터는 기계식 타이머로 바꿨다. 평양 이남을 목표로 한 3시간용 기계식에 이어 북한 끝까지 날아갈 수 있는 10시간용 타이머도 개발했다. 물에 젖어도 훼손되지 않는 비닐 전단도 그의 작품이다.

▷이 씨는 다른 탈북자 단체와는 달리 은밀하게 전단을 보낸다. 풍향과 풍속을 따져 전단이 북한으로 넘어갈 것이 확실한 경우에만 풍선을 날린다. 북한에 전단을 보내는 일부 단체는 풍향을 고려하지 않고 보여주기식 행사를 벌여 남한 쪽에 전단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씨는 풍향이 맞지 않는 겨울에는 전단 날리기를 자제한다. 지난 겨울에도 바람이 예외적으로 좋은 2월 7일과 3월 4일 두 차례만 풍선을 보냈다.

▷청와대는 “우리 국민은 헌법상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며 북한을 상대로 한 전단 날리기를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당당한 정부의 대응이 반갑지만 이 씨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 북한이 항의와 협박을 할 때마다 이른바 ‘그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는 경찰이 전단 날리기를 방해하는 일이 사라졌으면 하는 것이다. 그에게는 따뜻한 격려와 함께 성금을 보내주는 민간 후원자들이 고맙고 든든하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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