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사업이 외국 기업에 처음으로 개방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어제 중국과 미국계 합작회사인 LOCZ코리아가 제출한 카지노업 사전 심사 청구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아직 최종허가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 회사는 인천 영종도 내에 7400억 원을 투자해 2018년까지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호텔, 컨벤션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영종도에 외국계 카지노를 허가해 주느냐를 놓고 과거 정부에서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정책 방향을 틀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영종도는 레저·엔터테인먼트 복합지역의 ‘한국판 싱가포르 프로젝트’로 개발해 성장과 일자리의 빅뱅을 일으킬 거점으로 언급됐다. 인천공항이 자리 잡은 영종도는 인구가 밀집한 중국 일본 등으로부터 몇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카지노의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장차 미국 라스베이거스 식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도박을 금기시했던 싱가포르는 2010년 국익 차원에서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2개를 개장해 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후 싱가포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60% 이상 늘었다. 카지노 산업을 도덕적 차원에서만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일본도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맞아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카지노 합법화에 나섰다. 대만도 2019년까지 카지노를 개장할 계획이다. 아시아가 모두 카지노 경쟁에 뛰어든 형국이다.
지난해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사상 최대인 625만 명에 달했다. 영종도에 복합 리조트가 조성되면 이 지역에서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일본과 대만의 카지노 정책에 기선을 제압당하면 오히려 관광객을 빼앗길 수도 있다. 복합 리조트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는 마이스(MICE·국제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의 인프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도 많다. LOCZ코리아가 사업 도중 허가권을 팔고 떠나는 ‘먹튀’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국 기업이 내국인도 출입하는 ‘오픈 카지노’를 요구할 경우 반대할 명분도 마땅치 않다. 카지노를 허용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내외국인 모두에게 개방하고 있다. 내국인에게 개방한다면 영종도는 ‘대박 도시’ 아닌 ‘도박 도시’의 부작용이 클 것이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