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치연합의 정체성, 북한인권법 제정으로 보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9일 03시 00분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17일 북한의 인권탄압을 독일의 나치와 캄보디아 크메르루주의 학살극에 비교하며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반(反)인도적 범죄를 더이상 방관하거나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OI가 이날 유엔 인권위원회에 보고한 북한인권보고서에는 살인 고문 강제노역 등 북한 정권이 저지른 인권탄압 사례가 상세하게 담겨 있다. 유엔 인권위는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권력층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문제 등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동아일보가 어제 일본 아사히신문과 공동 기획 보도한 탈북자 60명의 증언은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 실태를 생생하게 고발한다.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며 몸서리를 쳤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번 보고서가 “신뢰성이 없다”며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되면 거부할 뜻을 밝혔다. 제네바 주재 서세평 북한 대사는 “우리는 조사위원회 같은 것을 인정한 적이 없으며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며 인권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추태를 부렸다.

한일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상황에도 양국이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한가하다.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지만 한국은 2005년 처음 발의한 이후 북한 정권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민주당의 반대로 여태 국회에 묶여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금년 신년사에서 북한인권 개선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종래 북한 퍼주기 법안으로 비난받았던 법안과 큰 차이가 없는 북한인권민생법안을 들고 나왔을 뿐이다.

마침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통합신당의 정강정책에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를 단계적·실질적으로 증진시키며(중략)… 이를 위한 초당적 범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한 정치적 노력’을 명시할 것을 민주당에 요구했다. 민주당 측 변재일 정강정책분과위원장도 “경제사회 분야의 진보화, 통일안보 분야의 보수화는 시대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 출범할 야권신당이 지금까지의 민주당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북한인권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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