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서 물(水)은 재물(돈)을 뜻하며, 길은 물길과 같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물과 길은 곧 돈이다. 굳이 풍수를 들먹일 것도 없이 지금의 시골길과 물 역시 여전히 돈으로 통한다. 접근성이 좋은 고속도로 나들목(IC)이나 복선전철역 주변은 그래서 땅값이 비싸다. 물이 좋은 강변이나 계곡 주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도시든 시골이든 돈이 몰리는 곳은 늘 문제를 낳는다. 특히 어릴 적 친구 손잡고 노래하며 걷던 시골길은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어 곳곳에 ‘부비트랩(건드리면 터지는 위장 폭탄)’처럼 깔려 있으니 정말 조심해야 한다. 방심하면 ‘행복한 귀소(歸巢)’를 꿈꾸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21만 명) 등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발목을 잡는다.
“삭막한 도시를 내려놓고 여유롭고 정감 넘치는 전원생활을 위해 시골을 찾았지만 막상 현실에서 맞닥뜨린 시골길은 더이상 어릴 적 놀던 ‘정든 길’도, ‘마음의 고향’도 아니더군요.”
수년 전 강원도 산골마을로 들어온 C 씨(56)의 토로다. 그는 당시 매입한 땅의 지적도상 진입로의 폭이 다소 좁아 이웃 땅 주인에게 ‘토지 사용 승낙’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이웃 땅 주인은 토지 사용을 승낙해주는 대가로 C 씨가 산 매입가의 무려 5배(3.3m² 기준)를 요구했다. C 씨는 “수도권 개발지역에만 ‘알박기’가 있는 줄 알았는데, 시골 알박기는 더 무섭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문제는 C 씨에게 심한 마음의 상처를 준 이 같은 ‘알박기 부비트랩’이 시골길 곳곳에 깔려 있다는 것. 특히 농로와 마을안길(새마을도로)로 불리는 기존 폭 3m의 시골길은 비법정도로(현황도로)로, 해당 지방자치단체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접 땅의 매수 또는 사용 승낙을 통해 새로운 진입로(현재는 폭 4m 이상)를 확보해야 하는 사례가 생기는데, 이때 한탕주의식 알박기로 인해 갈등과 분쟁이 빈발한 실정이다.
더구나 토지 사용 승낙은 매매가 아니라 임대차 행위이기 때문에 이후 소유권 변동에 따른 권리다툼 소송 등 복잡한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원주민 간에도 마을안길의 포장과 이용을 놓고 갈등을 빚곤 한다.
따라서 진입로가 불분명한 시골 땅을 매입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계약 전에 해당 관청이나 토목측량업체에 문의해 농지 전용 및 건축 인·허가를 받는 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토지 사용 승낙을 조건으로 할 경우에는 계약서에 단서로 명시하고, 가능하면 공증을 통해 임대차가 아닌 사실상 매매의 효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개별 진입로도 확보하지 않고 넓은 임야를 바둑판처럼 잘게 쪼개 비싸게 파는 기획부동산의 땅은 그래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럼 물은 어떨까. 대개 전원에서 물(지하수)은 어디나 파면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깊게 굴착을 해도 필요한 만큼의 물을 얻기 힘든 땅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지하수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마을의 경우 아예 주변 지하수 개발 자체를 금지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원생활 터를 구할 때는 물을 쉽게, 그리고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을 골라야 한다. 예부터 명당은 물은 얻을 수 있는 곳을 뜻했다. 풍수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이다. 시골 땅의 매매계약을 하기 전에 반드시 지역 지하수 업자나 마을 주민을 통해 지하수 개발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필요한 만큼의 물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시골에선 귀한 지하수 못지않게 넘쳐나는 물도 문제다. 갑작스러운 호우나 장마철 급속히 불어난 강과 하천, 계곡물로 인한 축대 붕괴, 농지 유실, 농사시설 침수 등의 피해는 반복되는 연례행사다. 또한 아직도 시골 하천에 가로놓인 다리들은 오래전에 건설된 잠수교 형태가 많은데, 집중호우 시 상당수가 물에 잠기곤 한다.
전원 보금자리는 이런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 지역을 답사할 때는 각 지자체에서 작성하는 재해정보 지도를 살펴보고, 특정 땅의 경우 동네 어른이나 이장에게 과거 재해 여부를 물어본다. 무엇보다 장마철에도 직접 발품을 팔며 수해 유무를 확인하려는 열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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