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러시아發 ‘신냉전’ 맞서 한미일 ‘가치 동맹’ 다질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0일 03시 00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우크라이나의 크림자치공화국을 전격 합병하면서 미국 유럽연합(EU) 대(對) 러시아의 관계가 냉전 시절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태 전개에 따라선 1991년 말 소련 해체 이후 처음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이 ‘친러’와 ‘반러’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국제 질서의 지각 변동 속에서 국익을 지켜낼 수 있도록 냉철히 판세를 읽고 전략적 판단을 할 때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서 한 국가가 다른 나라 영토를 차지한 이번 사태는 국제법에 명백히 어긋난다. 러시아 군인들이 현지에 진주한 가운데 이뤄진 국민투표(96.7%가 합병 찬성) 결과를 인정하는 국가는 러시아 말고는 없다. 투표 용지도 사실상 찬성만 표시할 수 있고 반대 의사는 표시할 수 없게 돼 있었다. 러시아가 합병의 명분으로 내세운 ‘자국민 보호’는 소련에서 독립한 모든 국가들에 개입할 수 있는 핑계에 불과하다.

푸틴은 ‘강한 러시아’를 부르짖으며 천연가스 등의 수출에 힘입은 경제력을 토대로 팽창주의 노선을 걸어왔다. 미국은 소극적 개입으로 정면충돌을 피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미-러 관계의 재정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주요 8개국(G8) 중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의 정상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다. 러시아 고위 인사들의 계좌 동결과 입국 제한에 이어 추가 제재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쟁을 각오하지 않는 한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긴 쉽지 않다.

한국 외교부는 어제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제재 동참 여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교류를 늘리려는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당장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에도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북한이나 중국이 러시아처럼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법을 어기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국익을 우선해 판단하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 일본은 과거사 갈등 속에서도 현재와 미래의 관계에서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한미일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가질 가능성이 큰 3국 정상회담이 좋은 기회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다음 달 한국과 일본 방문을 앞두고 한일 관계 복원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국이 북핵 문제 외에 크림 사태도 논의해 단합된 행보를 보인다면 국제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한일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푸틴#크림자치공화국#러시아#버락 오바마#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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