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등 정치권의 극찬… 실제 객관적 수치와는 반대
민노당 공약 따온 무상급식도 교육의 질 희생하는 부작용
교육감에서 도지사 후보 변신… 공감 얻을 수 없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정치인으로 깜짝 변신을 하는 과정은 잘 짜인 시나리오를 연상케 한다. 올해 2월 17일 서울 강남의 코엑스를 빌려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2000명이 넘는 축하객이 찾아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3월 초 입장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도지사에 출마하려면 3월 6일 이전에 교육감 직을 사퇴해야 하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출판기념회로부터 2주일 뒤인 3월 2일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이 통합 신당을 만든다는 ‘빅 뉴스’가 나왔다.
이틀 뒤 3월 4일 김 교육감은 교육감 사퇴 회견을 갖는다. 3월 12일에는 통합 신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공짜 버스’를 포함한 공약을 내놓는다. 대대적인 출판기념회에 이어 그를 영입하려는 안철수 신당 등 야권의 집중 구애, 그리고 돌연한 야권 통합, 대중의 관심을 자극하는 무상 시리즈를 앞세운 출마 선언이 차례로 나왔다. 김상곤이라는 이름을 선전하는 효과는 있었을지 몰라도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감 출신이 맞는지 의문이 생길 만큼 정치색 짙은 모습이었다.
더구나 그가 몸담았던 교육계는 정치권과는 다른 도덕적 기준이 적용되는 곳이다. 교육적 시각에선 행동 하나하나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교육감에서 도지사 후보로의 ‘무단 횡단’은 그가 교육감 직에 전념하지 않고 딴 생각을 품어왔음을 보여준다. 그는 얼마 전까지 ‘교육감 3선’에 도전해 지금까지 해온 ‘혁신 교육’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지사 출마를 결심한 것은 2월 말”이라고 전했다. ‘공짜 버스’ 공약을 내놓은 것은 3월 12일이므로 출마를 결심하고 나서 불과 10여 일 뒤가 된다. 며칠 사이 뚝딱 공약을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오래전부터 도지사 출마를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인지 궁금해진다.
야권 정치인들은 서로 김 교육감을 치켜세우는 데 열을 올린다. 안철수 의원은 “교육이 바뀌어야 국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민주당은 김상곤 교육감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덕담 차원이 아니라 실제 그렇게 보는 듯하다. 김 교육감도 “어느 정권도 만들어내지 못한, 교육 정의가 살아 있는 행복한 교육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객관적 수치에서 나타나는 경기도 교육의 현실을 보면 이런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그의 재임 기간 경기도 학생들의 학력은 전국 하위권에 머물렀다. 교육부가 실시한 교육청 평가에서도 경기도교육청은 ‘매우 미흡’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기도 전체의 사교육비 규모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5조294억 원으로 집계됐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도 월평균 25만3000원으로 전국 평균 23만9000원보다 많았다. “공교육에 숨결을 불어넣었다”는 김 교육감의 주장에 공감하기 어렵다.
그의 핵심 정책인 무상급식과 관련해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은 시작부터 예고된 것이다. 그를 선택한 유권자들은 교육의 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상급식을 추가하는 것으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 무상급식은 어차피 다른 용도로 지출할 비용을 끌어와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공교육이 부실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김 교육감은 시국선언으로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를 미뤘다.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한다며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를 빌려 ‘학교민주주의 박람회’를 개최했고 민주시민 교과서를 만들었다. 민주주의 교육은 교과 과정 내에서 이뤄지는 게 정상이다. 철저한 정치적 행보였다. 무상급식 정책도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내세웠던 3무 공약(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에서 따온 것이다. 그가 교육감 이임사에서 “교육과 정치는 별개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의 교육감 5년을 돌아보면 교육의 본질적 역할을 외면한 채 교육을 정치적으로 접근했다. 교육감 자리는 다른 꿈을 위한 디딤돌로 활용했다. 그는 누가 자신의 ‘혁신 교육’을 이어받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한국 교육을 위해서는 그와 같은 교육감이 다시 나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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