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방에 폭설이 내렸던 2월 초. 강원 고성군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동네 청년들이 눈장난을 쳤다. 이들은 높은 난간 위에서 어른 키만큼 쌓인 눈밭 위로 다이빙하기도 하고, 눈 속에 누워 수영하듯 팔다리를 휘적휘적 움직이며 낄낄거리고 놀았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 유쾌한 영상은 ‘강원도 현재 상황’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졌다. 그러다 해외 동영상 뉴스유통 에이전시인 ‘스토리풀’에도 들어갔다. 이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촬영자를 수소문했다.
한국의 누리꾼 수사대는 몇 시간 만에 동영상 원작자를 찾아내 제보했다. 스토리풀 담당자는 고성 청년과 직접 통화해 전속 사용 계약을 했다. 담당자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외국인이었다. 이 에이전시는 눈 수영 영상을 노르웨이의 한 TV 채널과 야후닷컴, AOL닷컴 등 인터넷 사이트들에 팔았다. 수수료를 뗀 나머지 콘텐츠 사용료는 동영상 촬영자에게 조만간 지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외국, 특히 북미와 서유럽 지역에서는 개인이 만든 손수제작물(UCC) 비디오라도 저작권을 존중해주는 추세다.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역시 일정 수 이상의 사람이 본 동영상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지급한다. 유튜브만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도 부지기수다.
물론 해외매체라고 다 스토리풀이나 유튜브처럼 콘텐츠 제작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는 건 아니다. 얼마 전 한국어판 웹사이트를 론칭한 미국의 뉴스서비스 허핑턴포스트는 외부 기고자들에게 원고료를 주지 않는 정책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시사평론가로 알려진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에 “솔직히 황당합디다… 원고료 준다는 글도 바빠서 못 쓰는 판에, 원고료 없이 글 써달라고… 뭘 위해서? 누굴 위해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글은 400회 이상 리트윗됐다. 진보의 상징으로 알려진 인사에게까지 공격당하며 매체의 이미지는 많이 상했다.
강원도 시골에 사는 동네 청년까지 수소문해 콘텐츠 이용료를 지급하려는 스토리풀 같은 매체가 있는가 하면 글을 팔아 생활비를 버는 사람에게 공짜 글을 요청하는 허핑턴포스트 같은 매체도 있다.
두 매체 나름대로 기업철학과 사업전략이 있을 테니 어느 한쪽을 부당하다고 몰아세울 순 없다. 하지만 허핑턴포스트의 원고료 무지급 방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 앞으로는 일반인이 올리는 블로그 같은 글이나 UCC 동영상에도 콘텐츠 제작의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는 쪽으로 인터넷 미디어업계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