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검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1000여 명을 가스실로 보내 죽게 한 93세 나치 전범(戰犯)을 체포했다. 함께 붙잡힌 다른 전범도 92세, 90세의 노인이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더라도, 반(反)인륜적 역사의 죄인은 반드시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역력하다. 2년 전 헝가리에서는 97세의 나치 전범이 붙잡혔다. 전범 처벌에는 시효도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것이 현대 문명사회의 잣대다.
▷독일은 철저하게 전쟁을 반성하고 끈질기게 전범을 추적한 덕분에 정상국가 지위를 되찾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원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9개국에 독일 군대를 보내 당당하게 평화유지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2월에는 전쟁 상대였던 프랑스와 손잡고 아프리카 말리의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5000여 명으로 구성된 합동여단을 보냈다. 주변국들은 독일이 국제 평화를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판이다.
▷일본은 다르다. 한국의 사죄 요구에 “지긋지긋하다.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독일만큼 제대로 된 사죄를 해본 적이 없으면서도,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많이도 했다. 일본이 정상국가가 되려면 먼저 전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독일은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베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도 유럽 주요 언론은 “어리석은 행위”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과 일본 지도자가 유럽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네덜란드 헤이그는 107년 전 이준 열사가 일제의 침탈을 세계 각국에 고발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순국한 곳이다. 이곳 교민인 이기항 씨 부부는 1995년 열사가 숨진 호텔을 사들여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의 현장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선으로 아베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면,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이준 열사의 고혼(孤魂)이 회담을 지켜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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