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요타 ‘급발진 거짓말’에 1조 원 벌금, 한국은 남의 일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1일 03시 00분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급발진 문제에 대해 거짓 정보를 제공했음을 인정하고 미국 법무부에 벌금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물게 됐다. 도요타는 2009년과 2010년 급발진 문제로 1200만 대를 리콜하고 배상하느라 이미 40억 달러를 썼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수사를 멈추지 않자 다시 거액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한 것이다.

2009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달리던 렉서스가 급가속해 일가족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을 때 도요타는 운전자 잘못이거나 자동차 내부의 카펫이 가속 페달을 눌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차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미국 정부와 의회, 소비자에게 거짓말을 한 죗값이 1조3000억 원인 셈이다.

급발진 사고 이후 미국 정부는 전미(全美)과학자협회와 미 항공우주국(NASA)까지 동원해 원인 규명에 나섰다.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소비자 안전과 기업의 책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지는 철저하다. 미국의 엄격한 대응이 시장점유율 높은 일본 자동차 업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정직과 신뢰를 중시하기에 미국에서 혁신이 줄을 잇고 시장경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급발진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차량의 결함이 원인으로 인정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한국소비자원에만 1년에 200여 건씩 들어온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는 영업 비밀을 이유로 조사에 비협조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고작 이틀간 급발진 공개 재현 실험을 하고는 “(급발진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도요타 사태를 강 건너 불처럼 보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만큼 의지를 가지고 문제 해결에 힘썼다면 급발진에 불안해하는 운전자들은 줄어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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