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동정민]청와대 둘러싼 소문, 그 오해와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1일 03시 00분


동정민 정치부 기자
동정민 정치부 기자
“비서는 입이 없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비서실장은 입에 이 말을 달고 다녔다. 그래도 권력의 중심인 청와대는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곳이기에 늘 세간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박근혜 청와대도 출범 1년이 지나면서 다양한 소문에 둘러싸여 있다.

박 대통령 관저에는 진돗개 두 마리가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 진돗개들이 짖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알아보는 사람이 ‘실세’라는 말들이 많다. 그만큼 관저를 자주 들락거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이정현 홍보수석 등이 이 기준에 따라 실세의 주요선상에 올랐다.

그러나 실제로 진돗개들은 낯선 사람이 와도 잘 짖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수컷인 희망이는 암컷인 새롬이가 짖으면 따라서 몇 번 짖는 수준이란다. 낯선 사람을 봤을 때보다 컨디션이 좋을 때 더 우렁차게 짖는다고 한다. 어떤 실장이나 수석도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서 대통령을 만날 일은 거의 없다.

웬만한 청와대 수석들은 대통령과 대면할 기회조차 없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가신 그룹들이 그들의 접촉을 막고 있다는 말들도 있다.

한 참모는 “흔히들 이정현 수석이 대통령과 가장 많이 만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때는 조원동 경제수석, 해외 순방 때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과 거의 매일 만나고, 주요 정책 발표 전에 해당 수석과 늘 만나 상의하기 때문에 정무 파트보다 정책 파트 수석이 대통령을 더 자주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수석이 실세가 아니라는 건 아니다. 이 수석 전화기에 저장된 대통령 전용벨은 수시로 울린다.

수석들이 대통령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지시만 받고 나온다는 소문도 있다. 대통령과 인연이 별로 없는 관료 출신들로 수석들이 채워지다 보니 출범 초에는 그런 분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한 참모는 “수석비서관회의 분위기부터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각 수석이 보고하면 대통령이 코멘트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면 이제는 수석들 간에 토론도 벌어진다고 한다. 오전 11시 30분이면 끝났던 회의도 종종 12시를 넘긴다. 대통령은 “이제 식사하실 시간인데…”라고 하면서도 회의를 끝내지 않고 은근히 토론을 즐긴다고 한다.

수석들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싱크로율’을 높이고 있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은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끝까지 매듭짓는 것을 중시한다.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은 매주 교육·문화 현장에 나가 현안을 직접 챙긴다고 한다.

올해 초 관심을 모은 김 비서실장 사퇴설을 포함해 청와대를 둘러싼 소문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당사자는 억울할 수 있지만 소문 역시 또 다른 민심이다. 본보 전문가 조사에서 청와대 실장과 수석의 가장 부족한 점으로 ‘직언할 수 있는 용기’가 꼽힌 것도 그래서 더욱 새겨볼 만하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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