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장전입한 안행부 장관이 위장전입 처벌할 수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5일 03시 00분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저의 불찰”이라고 연거푸 사과했다. 하지만 안행부 장관 후보자가 위장전입을 거푸 해놓고 사과로 넘어갈 일인가. 1997년 큰아들의 중학교 진학을 위해 부인과 아들의 주민등록을 옮겼고, 2000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또 위장전입을 했다. 부인이 장인의 경기 용인시 토지를 증여받는 과정에서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 후보자는 “일부 법에 저촉된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2000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장관은 2005년) 장상 장대환 전 국무총리(2002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2005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10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과 김병관 국방부 장관(2013년) 등 숱한 고위직 후보자의 낙마 사유에는 본인이나 배우자의 위장전입이 꼭 들어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잇단 청문회 낙마 사태를 겪은 뒤 200개의 공직자 검증 항목 중 위장전입을 ‘필수검증’ 항목으로 못 박은 것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안행부 장관이 어떤 자리인가. 주민등록 업무를 관장하는 주무장관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위장전입으로 처벌받은 국민이 6000명이나 된다. 안행부는 전입신고 절차를 대폭 강화한 주민등록법 시행령을 지난달부터 적용하고 있다. 6·4지방선거에서 위장전입을 포함해 어떤 불법 행위도 없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자가 바로 안행부 장관이다.

청와대가 검증을 제대로 못한 것이라면 아직도 검증시스템이 먹통이라는 얘기다. 그보다는 위장전입 사실을 파악하고도 투기 의혹이 없고 자녀교육 때문에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이니 양해될 일로 여겼을 공산이 크다. 참으로 안이한 판단이다. 위장전입 정도는 그저 청문회 때 어물쩍 사과만 하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정부는 국민의 의식수준을 못 따라간다는 의미가 된다. 강 후보자는 이제라도 안행부 장관 자격에 맞는지 돌아보고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다.
#강병규#위장전입#자녀 교육#주민등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