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학]글로벌 강소기업의 성공 열쇠, 독일에서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5일 03시 00분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국빈 방문하여 통일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한다. 독일 통일의 밑바탕은 강력한 경제력이다. 독일은 유럽연합(EU)의 최대 경제대국이자 세계 3위 수출국이다. 올해 전망도 밝다. 수출증가율 4.1%, 경제성장률 2.0%, 24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선진국 중에서 독일만이 잘나가는 핵심동력은 바로 미텔슈탄트라고 불리는 중소기업에 있다. 약 400만 개의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체 고용의 70%를 담당하면서 독일을 제조업 명품국가로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제품력에 특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독일 중소기업들은 생산범위를 최대한 좁혀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품목에 특화한다.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여 고부가 시장을 공략하고, 여기서 확보한 높은 이윤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여 경쟁력을 높인다. 애완동물 목줄로 세계 시장의 50%를 점유한 플렉시, 연간 18억 개의 연필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 파버카스텔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둘째, 체계적인 인력 양성 시스템을 갖고 있다. 전통적으로 독일은 마이스터 제도를 통해 고숙련 기술 인력을 양성하였다. 독일 청소년의 약 60%가 학업과 병행하여 중소기업에서 기술교육을 받고 취업한다. 중소기업은 안정적으로 인력을 공급받아 좋고, 젊은이들은 일자리 걱정이 없다. 우수 인력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유지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급여나 복지수준이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된다.

셋째, 글로벌 강소기업, 즉 히든 챔피언이 많다. 독일 중소기업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였다. 해외시장에서 외국기업과 경쟁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다변화했다. 미텔슈탄트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히든챔피언으로 진화한 것이다. 오늘날 한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1∼3위인 독일 강소기업이 1500여 개에 달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한국은 사상 최대인 707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속사정을 보면 걱정스럽다. 대기업이 전체 수출액의 82%를 차지하고, 수입 부품 의존도가 높아 소득증가 및 고용확대 효과가 높지 않다. 정부도 이런 한계를 절감하고, ‘수출증가→고용확대→소득증가→내수확대’의 선순환구조로 전환하고자 수출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도 2017년까지 300개의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여 중소기업을 ‘수출초보기업’, ‘수출유망기업’, ‘글로벌강소기업’의 세 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정부, 금융기관, 수출유관기관이 무역금융, 시장개척, 거래처 발굴 등을 종합 지원하는 ‘성장사다리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이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싸우도록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을 무대로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다시 멍석을 깔아주어야 한다. 우리가 독일의 미텔슈탄트와 히든챔피언의 성공사례를 제대로 벤치마킹한다면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으로 신음하는 한국경제에 새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독일#박근혜 대통령#수출#일자리 창출#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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