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민병선]‘어벤져스’를 보는 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민병선 문화부 기자
민병선 문화부 기자
지난달 30일 ‘어벤져스2’의 서울 마포대교 촬영이 큰 문제 없이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어벤져스2’의 한국 로케이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우선 12일까지 강남대로 청담대교 등으로 이어지는 촬영이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것이다. 2주 이상 시내 곳곳을 통제하며 영화를 찍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도심을 통제하고 영화를 촬영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트랜스포머3’의 제작진은 2010년 7월 10일(현지 시간)부터 45일간 미국 시카고 시내 곳곳을 통제하고 영화를 촬영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유명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2012년 국내 개봉한 ‘레지던트 이블5’는 일본 도쿄 중심부 시부야 거리를 통제하고 찍었다. ‘007 스카이 폴’도 2012년 터키 당국의 협조로 이스탄불의 한 재래시장에서 며칠씩 촬영했다.

각 나라 정부가 영화 촬영에 호의적인 이유는 홍보 효과를 통한 관광객 증가와 촬영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 때문이다.

2010년 뉴질랜드에서는 ‘반지의 제왕’의 후속편인 ‘호빗’을 둘러싸고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피터 잭슨 감독이 배우 노조와의 갈등 때문에 ‘호빗’의 촬영지를 뉴질랜드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고 밝히자 시민들이 뉴질랜드에서 찍을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당시 존 키 뉴질랜드 총리도 ‘호빗’을 붙잡기 위해 세금을 감면하고 마케팅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앞서 ‘반지의 제왕’과 ‘아바타’의 촬영지가 되면서 관광수입이 연 15% 증가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도 영화의 홍보 효과를 많이 본 경우다.

촬영팀이 한국에서 약 100억 원을 쓰는데, 이 중 최대 30% 가까운 금액을 환급해주는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영진위는 2011년부터 한국에서 찍는 해외 영화에 대해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자국 이외의 영화에 대한 환급 제도가 보편적이다. 유럽 최대 규모의 촬영소인 독일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는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에 세금을 환급해 준다. 그 덕분에 톰 크루즈 주연의 ‘작전명 발키리’, 200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피아니스트’,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매트릭스’ 같은 할리우드 영화 수십 편이 이곳에서 촬영했다. 한국 회사 레드로버가 투자, 기획하고 캐나다 회사에서 제작한 ‘넛잡’도 현지에서 제작비 450억 원 중 100억 원가량을 환급받았다.

기자는 롤란트 에머리히 감독의 자연재난 영화 ‘투모로우’를 좋아한다. 영화에는 뉴욕 시내와 주인공들이 대피하는 공립 도서관이 나온다. 도시는 빙하가 녹아 불어난 물로 폐허가 되고, 도서관은 이곳저곳이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기자는 영화를 보며 뉴욕과 도서관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벤져스2’에서 서울을 철저히 파괴한다면 이에 따른 관광객 유인 효과가 없을까? 기자가 보기에는 아닐 것 같다.

민병선 문화부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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