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치인들은 사자성어로 메시지를 함축해 국민과 유권자에게 전달했다. 지금은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국민과 유권자들이 바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은 정치인 뉴스는 그저 사진이나 보고 지나간다는 말도 들린다.
국회 출입 사진기자들의 휴대전화에는 평소에도 하루 수십 건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온다. 요즘처럼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는 각 정당 본부뿐 아니라 후보자 캠프에서도 문자를 쉴 새 없이 날린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다가도 문자를 확인해야 한다.
신문에 쓰일 사진을 준비하는 사진기자들은 수백 건의 일정 중에서 몇 가지를 취사선택해야 한다. 기준은 뭘까? 우선 ‘뉴스 밸류(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픽처 밸류’가 기준이 된다. 정적이고 단조로운 장면보다 시선을 끄는 장면에 카메라기자들이 몰린다.
사진기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이벤트를 만들려고 정치권도 안달이다. 홍보전문가들이 동원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지 메이커들은 우호적인 장면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후보자의 옷 표정 조명 배경 등을 통제한다.
젊음을 강조하기 위해 걸그룹의 춤을 따라하기도 하고 농구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양복을 버리고 청바지와 밝은 색의 셔츠를 입기도 한다. 쪽방촌 같은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서민들의 아픔을 체험하는 모습도 연출한다.
정치와 국민 사이에서 영상 이미지가 소통의 채널이 되어 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스마트폰에서 수시로 재생되는 고화질의 이미지와 동영상은 후보들이 자신을 홍보하는 중요한 콘텐츠이다. 특히 인터넷 뉴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형 광고기획사로부터 이미지 컨설팅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현상은 일단 신선하긴 하다. 하지만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들의 삶은 냉엄한데 정치 이벤트만 축제여서는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1일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R&R)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3.8%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인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정치 갈등을 지적했다. ‘사회의 창’인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34.4%였다.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치다.
그러니 정치인의 사진을 찍는 기자의 책임도 크다.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후보자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도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이미지 정치가 만능은 아니다. 이미지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는 독자와 누리꾼들 중에서는 사진 속 ‘옥에 티’를 끄집어 낼 수 있는 능력자들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춤을 추는 후보자의 모습을 ‘쇼’라고 이름붙이는 정치평론가들도 있다.
이미지는 본질에서 벗어날 때 오히려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지는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보여주되 진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인들이 이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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