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티 안가비’. 대학의 학과나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엠티(MT)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내는 ‘불참비’를 가리키는 은어(隱語)다. 지난해 이맘때쯤 대학가는 이 문제로 시끄러웠다. 벌금까지 거둬가며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학생 측과 참가율을 높이자면 할 수 없다는 주최 측의 주장이 팽팽했다.
올해는 어떨까. 음주 강요와 성희롱 없는 ‘모꼬지’ 지침을 만드는 대학이 많다. 올 2월 부산외대생의 신입생 환영회 때 발생한 참사로 안전대책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먹고 마시고 놀자는 옛날 모꼬지보다는 한층 성숙한 모습이다.
‘모꼬지’가 뭔가.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1980년대 이후 대학가에서 들불처럼 번진 우리말 사랑 운동에 힘입어 표제어에 올랐다. 이후 ‘엠티’를 대신하는 말로 자주 쓰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엠티는 ‘공식적인 수련모임’이므로 ‘사사로운 모임’을 뜻하는 모꼬지로 바꾸어 표현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 모꼬지는 최근에 만들어진 단어가 아니다. 모꼬지의 원형은 16세기 문헌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초기의 형태는 ‘�ㅱ지’였다. ‘모이다’와 ‘갖추다’의 뜻을 가진 단어가 합쳐진 것이다. 이후 ‘못거지’와 ‘못고지’ 등으로 변했다가 ‘모꼬지’로 정착한 것이다(홍윤표·살아있는 우리말의 역사).
그러고 보니 모꼬지뿐 아니라 대학가 용어 중엔 우리말이 참 많아졌다. 동아리, 새내기, 뒤풀이 같은 낱말이 서클, 신입생, 애프터 같은 말들을 밀어냈다. ‘새내기 배움터’를 줄인 말인 ‘새터’도 우리 귀에 익은 오리엔테이션을 대신하고 있다. 하나같이 사물의 본질이나 특징을 콕 집어낸 젊은이들의 말이다.
모꼬지는 힘겨운 입시 관문을 뚫은 새내기들이 대학의 자유를 처음 느끼는 자리다. 선후배가 함께 어우러지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사적인 모임에 제한적으로 쓰든, ‘엠티’라는 외래어를 대신하든 모꼬지는 사전에서 끄집어내 쓸 만한 단어다. 신문과 방송이 자주 쓰면 된다.
햇볕 따사로이 내리쬐는 캠퍼스 잔디밭에서, 모처럼 도회지를 떠나 만난 어느 산야에서, 새내기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은 봄꽃만큼이나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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