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의 北무인기사건 축소 은폐, 김관진 장관 책임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4일 03시 00분


국방부가 파주와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정찰기에 대해 “북한의 소행 가능성을 두고 정밀 조사 중”이라고 밝힌 것은 그제 오후였다. 지난달 24일 처음 발견된 지 무려 9일 만이다. 파주 무인기가 수상하다며 등산객이 신고한 뒤에도 군은 대공(對共) 용의점이 없다고 발표했다. 백령도 무인기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다면 군은 청와대 영공이 북한에 뚫린 사실도 은폐하려 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방부는 2일 브리핑에서 파주 무인기의 카메라 성능을 평가절하하면서 무인기의 청와대 접근 여부나 무인기가 찍은 사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3일 한 매체에는 파주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에서 ‘24일 오전 9시 22분 02초’에 찍었다는 사진이 실렸다. 국방부는 조사 결과가 새어나간 책임을 물어 국방과학연구소장을 문책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쪽은 이번 사건의 축소, 은폐와 부실 대응 의혹을 받고 있는 국방부다. 심지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예산으로 30조 원 이상을 써도 북한 무인기가 어디서 발진했는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 많은 혈세를 쓰고도 국민이 안보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말인가.

군이 북의 도발을 축소, 은폐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때 해군 2함대사령부는 ‘어뢰 피격으로 판단된다’는 천안함의 보고를 상부에 전하지 않았다. 합참은 폭침 시간도 조작했다. 국방부는 위기관리반을 소집하지 않고도 소집했다고 장관에게 허위 보고했다. 2012년 강원 고성군 전방초소에서 발생한 ‘노크 귀순’ 때는 북한 군인이 우리 군 막사의 문을 두드려 귀순했음에도 “CCTV로 확인했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가 장성 5명과 영관급 9명이 문책 당했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명백한 경계 작전 실패와 상황보고 체계상 부실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작년 이맘때는 북의 잇단 도발 위협에 군이 경계 태세를 강화한 상황에서 탈북자가 훔친 어선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북해 김 장관이 또 사과를 했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북의 도발을 가차 없이 응징하겠다”고 수도 없이 공언해 왔다. 작년 말 김 장관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 동향 파악을 위한 정보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며 각종 감시정찰장비를 늘려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무인기 사건을 보면 말짱 빈말이다. 예산 부족을 탓하기에 앞서 늘어진 군의 정신 상태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시설인 청와대 영공이 북에 무방비로 뚫린 이번 사태를 또 한 번의 의례적 사과로 넘어갈 수는 없다. 김 장관부터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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