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성원]‘바보 노무현’ ‘빠른 안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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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1998년 서울 종로구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어 2000년 총선 때는 다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다. 민주당의 불모지였던 부산에 출마하는 이유를 “이 나라를 좀먹는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라고 말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선거에서는 떨어졌지만 이때 얻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호칭은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창당 후 첫 의원총회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바보 같다는 평을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자기희생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은 그걸 잊지 않고 대통령까지 만들어 주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무공천 방침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바보 노무현’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안 대표는 내친김에 “김연아 선수 금메달이 판정으로 인해 은메달로 바뀌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금메달 선수 기억하느냐? 아니다. 은메달 선수를 기억한다”는 말도 했다.

▷당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기초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노 전 대통령과 김연아 선수의 사례와 견주는 것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는 모르겠다.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은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자 반(反)정치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안철수의 새 정치는 증발했다”고 안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양당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겠다며 독자 신당을 만들겠다던 그가 37일 만에 돌연 민주당과 합친 약속 위반을 비판한 것이다.

▷안 대표와 결별한 윤여준 전 새정치연합 의장은 “바로 전날까지 낡은 정치세력으로 규정했던 민주당과 하룻밤 사이에 힘을 합쳐 당을 만들기로 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며 “신념이 부족한 정치인은 눈앞의 이해득실에 매달리게 된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바보 노무현’의 길과,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빠른 안철수’의 길이 언젠가는 만나게 될지, 아니면 다른 곳을 향할지 두고 볼 일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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