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0월 강원도에 침투시킨 무인기가 6개월이 지나 발견됐다. 이 무인기는 동해안을 거쳐 삼척시 청옥산으로 비행하며 사진 촬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와 서북 5도에 이어 내륙 상공까지 무인기에 뚫렸으니 보통 심각한 안보 위협이 아니다. 북한이 남한의 주요 지역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데도 우리는 낌새조차 채지 못했다.
정탐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간 무인기는 남한에 추락한 무인기 3대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만 해도 최소 3∼5차례 청와대 상공을 포함해 서울과 경기 지역을 촬영한 것으로 군 정보당국은 분석했다.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에는 ‘35’, 백령도에 떨어진 무인기에는 ‘6’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어 북한이 최소 수십 대의 무인기를 제작한 정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무인기를 이용해 이미 남한의 주요 지역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측은 그제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청와대와 경복궁 일대를 포함한 서울 도심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얻어맞고 있는 백령도 상공까지 누비고 유유히 비행했다”며 무인기 사태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북한 소행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남한을 조롱하는 말투가 무인기의 침투 성공을 즐기는 듯하다.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의 배터리에 쓰인 ‘기용날자’ 같은 북한식 한글 표기를 보면 북한이 보낸 것임이 분명하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 무인타격기 시범 훈련을 참관하고 “남반부 적 대상물 좌표들을 빠짐없이 장악해 무인 타격수단에 입력시켜 놓으라”고 지시했다. 폭탄을 실을 수 있는 북한의 자폭형 무인타격기는 작전 반경이 600∼800km나 되어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 우리 군은 소형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는 저고도 레이더와 함께 이를 파괴할 수 있는 무기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북한은 우리 군이 어느 한쪽의 대비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다른 곳을 치는 도발에 능하다. 빈틈없는 군의 대응 자세와 함께 국민의 경각심도 필요하다. 삼척에서 무인기를 발견한 약초꾼은 부착된 디지털카메라의 메모리카드만 떼어가고 발견 사실을 군부대에 알리지 않았다. 최근 청와대를 촬영한 무인기에 대한 보도에 놀라 뒤늦게 신고했지만 반년 전에 의심을 갖고 곧바로 알렸더라면 청와대와 백령도 영공이 뚫리는 사태를 막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