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중엔 비싼 학비 시달리고 졸업후엔 취업불안-실업 고통
사회에 필요한 일꾼배출 못하는 현 교육시스템으론 해결 난망
산업체가 고등교육 비용을 부담… ‘대학-교수가 중심인 교육의 틀’ 과감히 혁파 나서면 어떨까
대학생 70%가 빚을 지고 있다. 연 20% 이상의 고리(高利)를 쓰고 있는 학생도 9만 명이다. 다락같이 오른 등록금에 이런저런 스펙을 쌓는 데 드는 비용 때문이다. 주업이 뭔지 모를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뛰어도 대학 문을 나설 때면 평균 1300만 원의 빚을 진다.
졸업을 해도 그렇다. 청년실업률이 8.5%로 전체 실업률 3.0%의 3배 가까이 된다. 그러나 이 또한 허울 좋은 숫자일 뿐이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변두리 노동시장에 뛰어든 사람, 되지도 않는 자영업을 벌인 사람 등을 모두 취업자로 쳐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체감 실업률은 이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 해도 그렇다. 융자금 상환에 자신도 모르게 자란 소비욕구, 그리고 주거비용에 결혼비용 등으로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래저래 졸업 후에도 빚은 계속 늘어난다. 20대 전체의 금융대출 총액은 약 43조 원, 일인당 2300만 원꼴이다. 학자금 융자만 해도 6개월 이상 연체를 하고 있는 사람이 4만 명이 넘는다. 신용등급 하강은 당연한 일, 지난 몇 년 동안 1∼6등급에 있던 20대의 30%가 7등급 이하로 강등됐다.
안타깝고 위험하다. 변화 추이를 보면 더욱 그렇다. 장기연체율과 악성부채로의 이전, 그리고 신용등급 하향 등 모든 것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20대도 10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고쳐야 한다. 이들로 인해 촉발될 문제도 걱정이지만 그 이전에 이 나라의 미래, 이 나라의 청년들을 이렇게 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툭하면 나오는 대책들, 이를테면 장학금을 늘린다거나 부채를 경감시킨다거나 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급한 불은 끌 수 있으니 나름 의미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고민은 잘못된 고등교육제도와 산업인력 양성체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지금처럼 고등교육이 산업과 과도하게 분리돼 있고, 교육재정을 학생과 학부모가 주로 부담하는 체제로는 우리의 청년들을 살릴 수 없다. 또 대학과 산업도 살릴 수 없다.
생각해 보자. 고등교육의 비용을 산업체가 부담하면 어떤 교육이 이루어질까? 교육은 당연히 산업현장의 요구와 기대를 반영하게 된다. 학생과 학부모는 재정적 부담으로부터 해방된다.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학생과 학부모의 기대나 요구에 따라 운영이 될까? 아니다. 교수와 학교, 즉 공급자의 논리와 이해관계가 중심을 이루게 된다. 교수와 학생 간의 수직적 관계 등 학교가 지닌 특수성 때문이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체제 위에 인력수요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관료들이 엉거주춤 관여하고 있다. 돈값을 하는 교육이 될 리가 없다. 취업률과 학생만족도 같은 지표에 압박을 받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학교와 교수들의 생존이 중시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구조를 깨지 않는 한 이 나라 청년들의 아픔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비싼 학비로 고통을 받아야 하며, 세상이 필요로 하지도 않는 공부를 해야 한다. 졸업 후에는 취업 불안과 실업에 시달려야 한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조사한 기업인들의 우리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세계 39위다.
마침 정부가 일·학습병행 제도를 내놓았다. 고졸 근로자가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가며 자격증과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고등교육에서 산업체의 관여와 역할을 키운 제도로 잘 운영하면 20대의 아픔과 고통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인력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 기회에 기존 형태의 대학들이 중심이 되는 고등교육의 틀을 깨는 과감한 고민을 해보자. 이를테면 기업과 기업의 연합조직들이 사내대학을 설립하거나 확대하여 고졸 근로자들을 교육하고 학위도 수여하는 일 등이다. 유수의 기업들과 협회 등이 앞장을 서면 우수한 고졸 인력들이 대학이 아닌 산업현장을 먼저 선택하게 될 것이다.
물론 기존 대학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다. 지난 정부들도 이 때문에 제대로 추진해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러한 반발만을 생각하기엔 우리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정부의 역할을 잘 조정하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조합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과감한 고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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