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동정민]제 눈 대들보 못보는 청와대 민정라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동정민 정치부 기자
동정민 정치부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청와대 내에서도 갑(甲) 중에 갑이다.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팀에 한 번씩 안 불려간 직원이 없다. 퇴근 후에 컴퓨터가 켜 있는지 확인하거나 서랍을 일일이 열어보며 보안 점검을 하는 것은 약과다.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1시 반을 넘겨 사무실에 들어가면 전화를 걸어 사유를 묻는다. 여러 풍문이 들리면 휴대전화를 압수해 조사도 한다.

최근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감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소속 부처로 돌려보낸 비서실 직원들의 비리 혐의가 언론에 낱낱이 공개돼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중에는 억울한 이도 있다.

외교수석실에 근무하던 A 행정관은 지난해 4월 국제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북한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계정에 이름이 들어 있어 청와대를 나가야 했다. 그는 2004년 한나라당 보좌관 시절 북한 사이트를 연구하기 위해 통일부의 정식 승인을 거쳐 가입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민정수석실은 끝내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며 사표를 받았다.

민정수석실이 최고의 도덕성과 업무능력을 요하는 청와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찰을 세게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면 정작 민정라인의 기강이 제대로 잡혀 있는지 의심스럽다.

공직기강팀은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청와대 비서동이 아닌 별도 안가에서 일한다. 그런 공직기강팀에서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리 사실을 조사한 자료가 통째로 언론에 유출됐다.

아직 그들은 누가 얼마나 많은 문서를 들고 나갔는지 정확히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 문서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이 10명도 채 안 되는데 말이다. 언론에 ‘청와대 관계자’ 인용으로 조금이라도 민감한 내용이 나가면 색출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이들이 정작 본인들의 유출이 의심되는 대목에서는 색출 의지가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 내에서조차 “다들 아니라고 하면 ‘무인기’가 사진을 찍어서 언론에 갖다 줬느냐”며 비아냥거리는 말까지 나온다.

직원들의 비위 사실을 적발해놓고 원대 복귀 외 추가 징계 지시를 하지 않은 것도 따지고 보면 민정수석실의 안일한 판단 때문이다.

민정수석실에는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다. 벌써부터 그들 내부 알력이 있다거나 줄 대기를 한다는 소문, 전직 민정수석실 출신 사정기관 공무원이 마타도어를 흘리려고 언론과 접촉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민정수석실은 청와대 내부에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처럼 되어 있었다. 그들 스스로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은 청와대의 기둥이다.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 측근 비리가 아직 터지지 않고 있는 것이 그들의 고강도 감찰 덕일 수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부터 돌아봐야 한다. 민정이 흔들리면 전체 공직 기강이 흔들린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청와대#민정수석실#감찰#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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