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박인호의 전원생활 가이드]<10>잘 짓기보다 잘 팔릴 전원주택을 지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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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금성이 떨어지는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을 지을 때는 나중에 팔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생각의 절반은 덜어내는 게 좋다. 사진은 용인 동백지구 내 동백동연재단지의 모습. 박인호 씨 제공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을 지을 때는 나중에 팔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생각의 절반은 덜어내는 게 좋다. 사진은 용인 동백지구 내 동백동연재단지의 모습. 박인호 씨 제공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외국계 은행 임원인 K 씨(55·여)는 오래전부터 산 좋고 물 좋다는 강원도에서의 행복한 전원생활을 꿈꿔왔다. 그래서 2012년까지만 해도 남편과 함께 주말마다 전원 터를 찾아 강원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K 씨는 현재 서울 강남 아파트를 팔고 경기 성남시 판교에 단독주택을 짓고 산다. 도시를 모두 내려놓기 어려운 여러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결국 도시농부와 매한가지인 ‘도시형 전원생활’을 택한 것이다.

도시인의 로망이 전원생활이라지만 누구나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 수는 없다. 현실에서는 도시와 전원의 ‘이중생활’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땅값은 비싸지만 가까운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지, 도시 근교의 전원주택 단지를 찾는다. 개별 땅을 사서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들도 많다. 2013년 귀촌인 10명 가운데 4명(39.5%)은 경기지역을 택했다. 멀리 가더라도 대개 강원, 충북 등 수도권과 접한 가까운 곳에 머문다.

이렇다 보니 집도 택지개발지구 내 전원형 단독주택을 비롯해 단지형 전원주택, 개별 전원주택 등 다양하다. 기존의 획일적인 아파트 주거에 대한 거부감과 그에 따른 단독주택 선호 현상, 그리고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맞물려 빚어낸 주거문화 변화의 큰 흐름인 것 같다.

진짜 전원생활이든, 도시형 전원생활이든 아파트를 내려놓은 사람들은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에 봉착한다. 바로 내 집 짓기다. 사실 전원주택 등 단독주택을 새로 짓는 사람들 대부분은 생전 처음으로 집을 지어본다. 그중에는 아예 단독주택에 살아보는 것 자체가 처음인 사람도 있다.

그들은 평생 처음 짓는 내 집에 대해 마냥 행복한 꿈을 꾼다. 어릴 적 살았던 집에 대한 희미한 기억, 건축 잡지나 건축박람회를 돌아다니면서 귀동냥 눈대중으로 모은 정보, 나름대로 발품을 팔아서 보고 다녔던 자신의 눈썰미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평생 한 번 지어보는 집에 대한 꿈이 그렇게 현실이 된다.

문제는 자신의 꿈을 모두 현실로 옮기려는 데서 비롯된다. 어떤 경우든 집을 지을 때는 언젠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그 집을 팔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즉,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내 집을 봐야 한다. 집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비교적 고가의 단독주택, 전원주택을 짓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내 생각만으로 지은 집은 나중에 매물로 내놓더라도 외면당하고, 팔린다 하더라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내 마음속에 꾹꾹 다져 놓았던 집에 대한 생각들의 절반은 덜어낼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주택의 구조, 평면에 대한 생각은 일반적인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특징 없이 지을 거라면 그냥 아파트에 살지, 뭐 하러 고생하면서 단독주택을 짓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절반의 생각을 덜어 내더라도 내 생각을 반영할 부분은 넘칠 정도로 많다. 똑같은 도면으로 집을 짓더라도 외장 마감재의 색상, 재질만 바꿔도 전혀 다른 집이 된다. ‘획일적인’ 아파트 짓기와 ‘창조적인’ 단독주택 짓기의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확장성을 넓히는 데 자신의 상상력을 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단독주택의 최대 단점은 환금성이 낮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모두들 내 마음대로 짓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파트가 잘 팔리는 것은 같은 규격의 물건이 시장에 많아 수요자의 선택 폭이 넓기 때문이다. 전원주택, 단독주택 역시 표준화 규격화하게 되면 대량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이는 곧 상품의 질로 연결된다. 수도권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전원주택 단지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환금성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단지형 주택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집을 짓는 데도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징검다리를 먼저 보고 물을 건너야 하듯이, 나중에 불가피하게 집을 내놓아도 팔릴 수 있는 집을 짓는 게 중요하다. 내 생각의 절반을 덜어낸 그런 집이라면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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