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저지하기 위해 단합되고 실효적인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세 나라 대표가 5개월 만에 만나 북한을 향해 경고를 보낸 의미가 있지만 노골적인 북한의 추가 핵실험 협박에 비하면 미약하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빠진 북핵 저지 노력을 북한이 심각하게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북한은 그제 노동신문을 통해 “자위적 핵 억제력이 없으면 참을 수 없는 수모와 비극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외무성 성명에서 “다종화된 핵 억제력을 각이한(각기 다른) 중장거리 목표에 대해 각이한 타격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여러 형태의 훈련을 할 것”이라고 협박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SAIS)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최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진행 중인 터널 굴착작업을 분석해 연쇄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에 최근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겼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 같은 인식이라면 자발적인 핵 포기 유도는 더욱 힘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중,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시 주석이 상황의 엄중함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미일의 논의가 힘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의 핵 무장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38노스’는 영변 핵시설의 냉각수 공급 부족을 지적하며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영변 핵시설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핵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변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중국도 큰 피해를 당하게 된다. 중국이 뒷짐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