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노사가 근속 15년이 넘는 직원 6000명가량을 특별명예퇴직 형태로 감축하기로 했다. 노조는 자녀 대학학자금 지원 폐지 등 복지 축소에도 합의했다. 지난해 4분기 1494억 원의 사상 첫 영업적자를 낸 KT 노사가 이대로 가다간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내놓은 자구책이다.
석 달 전 취임한 황창규 회장은 3만1592명의 비대한 몸집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전임 이석채 회장은 본업인 유무선 통신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자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살길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계열사가 2009년 30개에서 현재 56개로 늘어났음에도 시너지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KT 유선부문 수익은 매년 4000억 원씩 줄어들었지만 인력은 2만 명 그대로다. KT 전체 임직원 수는 경쟁 회사의 7배를 웃돈다.
세계 통신업계는 인력 감축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추세다. 과거 10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2, 3명이 해도 될 만큼 기술이 발전했다. 유선에서 모바일로 사업 중심축이 이동하고 PC에서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09년 영국 최대 통신회사인 브리티시텔레콤은 1만 명을 줄였다. 미국 인텔과 스프린트도 각각 5000명과 4000명을 내보냈다.
KT는 휴대전화에서도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에 밀린다. LG유플러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다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의 등장으로 KT가 2년간 빼앗긴 고객이 150만 명이다. 한 해 5000억 원 매출이 날아간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6000명이 떠나면 인건비를 연 5100억 원 아낄 수 있다.
한국노총 소속인 KT 노조는 “총파업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겠지만 고통 분담 대신 투쟁을 선택한다는 건 화약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명한 결정이다. KT의 고강도 구조조정 사실이 알려진 8일 KT 주가는 급등했다.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셈이다.
KT 사례는 지금껏 방만 경영에도 눈 깜짝하지 않는 부실 공기업 노사에 시사하는 바 크다. KT는 그나마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부실 공기업 폐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낙하산 사장과 철밥통 노조가 회사 이익을 곶감 빼먹듯 하면 결국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공기업 노사는 KT의 구조조정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기둥뿌리 썩는 줄 모르고 흥청망청하다간 어느 순간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