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뒤 파리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A 씨는 호텔 대신 요즘 인기라는 현지 아파트 렌트를 택했다. 로컬 주민들의 실제 삶을 느낄 수 있는 데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예약은 해외 숙박 공유사이트에서 했다. 그런데 결제까지 마친 후 문제가 생겼다. 아파트의 정확한 위치를 묻는 질문에 집 주인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 불안해진 A 씨는 고객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체크인 하루 전까지 기다려라”라는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생기면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피해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숙박공유산업 역시 최근 공유경제 바람을 타고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여행 산업이다. 세계 각지의 집 주인(호스트)들이 여행객에게 빈방, 빈집을 렌트해 주도록 중계하며 수수료를 받는 업체로 에어비앤비, 윔두 등이 대표적이다. 호스트는 돈을 벌 수 있고 여행자는 호텔보다 싼값에 숙소를 구할 수 있어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다.
하지만 거래의 기반이 ‘개인 대 개인’이다 보니 다양한 분쟁의 소지 역시 도사리고 있다. A 씨 경우처럼 불성실한 집주인이 결제 금액만 챙긴 뒤 나 몰라라 할 수도 있고 연락이 제때 되지 않아 체크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자기 잘못이 아니더라도 규정 때문에 환불을 받지 못하거나 수수료를 떼일 수 있다. 여행하기 수개월 전 예약을 취소해도 호스트가 합의해 주지 않으면 결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기도 한다. 아예 사이트를 악용해 사기를 치는 이들도 있다. 사이트 밖에서의 금전 거래를 유도한 뒤에 잠적해 버리는 경우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피해 사례지만 해당 업체는 내부 규정, 사전 공지 등을 이유로 책임지길 꺼린다. 현재로선 한국소비자원 등 관련 기관에 도움을 청해도 방법이 없다. 영업을 위해 한국어 사이트를 제공할 뿐 해외 등록 법인이라 소비자 분쟁에 대한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피해 사례들은 완전히 낯선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숙소를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게 해주는 글로벌 예약대행업체 호텔스닷컴, 아고다 등이 국내에 진출했을 때도 환불 불가 정책, 예약 오류 등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계속 제기됐다. 문제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한국어 사이트는 물론이고 상담까지 제공하면서도 소비자 피해에 대해선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극적이었단 점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숙박 공유사이트의 피해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획기적인 형태의 새 여행산업으로 각광받으며 찾는 이는 계속 늘고 있지만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보상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해외 업체들이 마케팅 전략뿐 아니라 그에 합당한 소비자 보호 정책에도 신경을 써준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소비자가 ‘알아서 조심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