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영공을 북한 무인기가 뚫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해킹을 당해 군사기밀이 대량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절대로 뚫리지 말아야 할 곳이 뚫렸지만 이번에도 군은 파문 축소에 급급한 모습이다.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대한민국 안보 시스템을 긴급히 복원하고 책임자들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에 따르면 우리 군의 주요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ADD가 해킹을 당해 군사기밀 2, 3급 분류 보고서가 대거 유출됐다고 한다. 심지어 무기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들의 이름 직급 등 신상정보까지 털린 것으로 알려졌다. ADD는 “유출된 자료는 기밀문서가 아닌 일반 문서”라며 “외부 해킹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ADD가 확인한 유출 자료 9건 중에는 휴대용 지대공유도미사일인 ‘신궁’과 위성항법장치 SSP-960K, (미사일) 점화안전장치 SS-965K에 관한 것도 있다. 군도 공개는 할 수 없다고 밝힌 이런 자료가 어떻게 일반 문서일 수 있는가.
ADD는 자료 유출 정황을 지난달 24일 파악했으나 기무사에는 9일에야 수사를 의뢰했다. 늑장 대응과 보고 지연은 군의 고질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그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 무인기와 관련해 “2일 첫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에 첫 무인기가 떨어지고 9일 만에 보고를 받았다니 군의 기강을 알 만하다.
ADD에서 자료를 유출해낸 수법은 북한이 지난해 일부 언론사 등을 마비시켰던 ‘3·20 사이버 테러’ 때와 유사하다. 2005년 “북한의 해킹 능력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수준”이라고 평가한 게 바로 ADD다. 3000명의 북한 사이버전 요원들은 우리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비대칭 전력이다. 진화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너무 안이하다. 무기 도입과 조직 개편을 하려면 타당성 조사, 예산 확보 등으로 몇 년이 걸린다. 신속 대응이 어려운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북한이 감내할 수 없는 응징 수단을 확보해 도발을 미리 억제하는 게 최선이다. 무기, 장비 외에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국민의 용기가 뒷받침돼야 북이 함부로 군사 모험을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