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자 마취 후 대리수술… 범죄조직 같은 성형외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2일 03시 00분


유명 성형외과 원장이 수술할 것처럼 상담한 뒤, 환자가 마취되면 다른 의사가 수술한다는 ‘성형 괴담’은 사실이었다. 환자가 의사를 못 보게 하려고 국소 마취를 해도 될 수술에 수면 마취를 하고, 마취제를 대량 확보하기 위한 의사면허 불법 대여도 횡행했다. 그제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직접 고백한 일부 성형외과의 불법 실태는 충격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지난해 12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갓 치른 여고생이 서울 강남의 대형 병원인 G성형외과에서 눈과 코 수술을 받다가 뇌사상태에 빠지자 의사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 환자들 사이에 소문으로 떠돌던 ‘섀도 닥터(shadow doctor·대리 의사)’에 의한 불법·탈법 성형수술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 병원은 의사들과의 근로계약서에 ‘상담실장이 정한 수술방식을 바꾸면 안 된다’거나 ‘병원이 필요로 하면 의사면허를 빌려줘야 한다’고 명시해 뒀다. 병원 전체가 범죄조직처럼 움직인 것이다.

의사회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병원과 의사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자정(自淨)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정활동에만 맡겨서 될 일인지 의문이다. 의사들이 자체 조사로 알아낼 만큼 불법 행위가 만연하고 있는데 경찰과 검찰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불법 행위들이 G성형외과 등 일부 병원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은 성형 건수가 1000명당 13.5명으로 세계 1위 ‘성형 왕국’이다. 그러나 전국 1000여 곳의 성형외과 가운데 심장충격기 등 응급의료장비를 갖춘 곳은 20%뿐이다. 성형외과가 돈벌이에 급급해 환자의 안전을 팽개친 사례가 숱하다. 서울 강남에만 300여 곳의 성형외과가 영업하다 보니 광고 판촉비를 많이 쓰게 되고, 이런 비용을 뽑으려고 쌍꺼풀 수술은 30분, 코 수술은 2시간으로 정해놓고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기도 한다. 한국 의사의 성형수술 실력이 유명하다고는 하나 해외에서 고객을 유치해놓고도 이런 식이라면 국제 망신을 당할 판이다. 보건당국은 ‘사람 죽이는’ 불법 성형의료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
#성형외과#마취#의사면허#불법 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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