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울산의 박모 씨(42)와 경북 칠곡의 임모 씨(36)에게 1심에서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울산에선 여덟 살배기 여자아이가 계모에게 갈비뼈가 14개나 부러질 만큼 맞아서 죽고, 칠곡에선 열두 살짜리 언니가 여덟 살인 동생을 죽였다는 죄를 계모 대신 뒤집어쓸 뻔했던 사건이다. 엄마, 엄마 부르며 울다가 죽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자식 가진 사람들은 가슴이 미어진다. 이런 국민의 정서에 비하면 두 계모에게 내려진 처벌은 턱없이 가볍다. 법조문과 양형기준에만 사로잡힌 판검사들이 두 계모의 극악한 죄질을 선고형량에 충분히 반영했는지 의문이다.
울산지검은 아이가 당한 폭행이 심하고, 폭행 직후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해 계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법이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살인죄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동학대는 일반 상해나 상해치사보다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크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된 점 등을 고려했다”는 판결 이유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칠곡 계모에 대해 대구지검은 여덟 살인 A 양이 계모의 폭행 이틀 뒤 복막염으로 숨졌기 때문에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검찰은 “싸우다 때렸다”는 A 양 언니의 거짓 자백만 믿고 언니를 상해치사의 주범으로 기소했다. 계모에 대해서는 A 양을 ‘한 차례’ 때린 혐의로만 기소했다가 최근 법정 비공개 증인신문에서 수차례 발로 밟아 살해한 사실을 알아냈으니 부실 수사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성인이 살인 의도를 부인해도 살인죄가 인정되고, 대부분 무기징역형이 선고된다고 울산지검은 밝혔다. 방어 능력 없는 어린아이가 성인에게 폭행을 당할 때는 ‘죽을 수도 있다’고 예견할 수 있는데도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법정서와 어긋난다. 법원은 아동학대 살인의 미필적고의(未必的故意)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황제 노역’ 사건도 법조인들이 육법전서만 들여다보고 일당 5억 원이라는,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려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특권 의식 속에 국민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판검사들은 구름 속에서 내려와야 한다. 아동학대가 더이상 집안일이 아니라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것이 시급하듯, 법조계도 국민의 법감정을 제대로 알고 공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