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發 금융권 칼바람, 구조조정 태풍은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4일 03시 00분


금융권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그동안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였던 삼성그룹의 삼성생명이 임원 70명 중 15명의 보직을 없앴고 본사 근무 직원 6700명 중 1000명을 희망퇴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삼성증권도 이번엔 임원 6명, 직원 300∼500명을 내보낼 참이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구조조정은 금융업계 전반에 만만찮은 파장을 예고한다. 재계 선두인 삼성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마당에 어느 회사도 감원 바람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이 정체돼 있어 금융회사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금융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실물 경제도 살아날 수 없다는 교훈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에서 얻은 바 있다. 지금 구조조정 바람은 조선, 항공, 해운업계 등 재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재계 새판 짜기다. 체질 개선을 위한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적 대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 구조조정으로 사업을 재편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IMF도 작년 말 “생산성 낮은 분야에서 높은 분야로 자원을 재배정하는 구조개혁이 성장 전략의 핵심”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구조조정은 확실히, 그리고 신속하게 해야 효과가 있다. 강성 노조에 발목 잡혀 시늉만 내서는 곤란하다. 직원을 내보내야 한다면 임원에게도 경영 판단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증권사의 경우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어 제 살 깎아먹기 출혈 경쟁을 한 탓도 크다. 주식중개업무(브로커리지)에 의존한 천수답(天水畓)식 수익모델을 고집한 경영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산업을 미래 유망 서비스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규제를 전면 재검토하여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불필요한 규제가 업계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닌지 살피고, 금융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말로만 규제 개혁을 강조하는 사이에 업계에선 직원들한테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건 아닌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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