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한 달 전 ‘정복을 입은 경찰관을 폭행하면 구속 수사하라’고 전국 검찰에 지시했다. 그런데 보름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말에 대검찰청의 지시를 정면으로 어기는 일이 벌어졌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경찰관을 폭행한 ‘골프 여제’ 박인비 선수의 아버지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만취해 택시기사와 시비를 벌였던 박 씨는 지구대에 연행돼서도 2시간이나 욕설을 하고 난동을 벌였다.
성남지청은 그가 초범이고, 택시기사와 합의했으며, 딸의 해외 경기에 동행해 국익에 기여한 점을 감안해 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진태 검찰총장은 해당 검사와 성남지청에 대한 특별감찰을 지시했다. 김 총장은 영(令)이 먹히지 않을 만큼 리더십이 손상됐거나 검찰의 기강이 풀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열흘 전에도 의정부지방검찰청 소속 검사가 경찰관의 구속영장 신청서를 찢고 폭언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검사들의 인식이 이렇다 보니 경찰이 취객이나 시위대에 맞는 것도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형법은 폭력이나 협박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론 솜방망이 처벌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된 1만378명의 처리 현황을 보면 구속 기소는 261명(2.51%)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약식기소(7744명·74.61%)였다. 박 씨 사건의 경우 변호사의 역할이 유전무죄(有錢無罪) 논란을 낳은 측면이 없는지도 가려봐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그 지시를 따르지 않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한국에선 술에 취해 벌이는 행패에 너무 관대한 문화가 주폭(酒暴)을 키운다.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과거엔 취한 상태였음을 양형(量刑) 때 감경사유로 봤지만 지금은 법이 바뀌어 음주는 봐주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 이를 공무집행방해죄에도 확대해야 한다. 경찰 등 제복 입은 공무원을 경시하는 사회 풍조를 바로잡으려면 검찰과 법원이 법적용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