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이상호]‘나라꽃’ 무궁화는 서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5일 03시 00분


무궁화는 우리나라 삼천리 방방곡곡에 피는,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를 자랑하던 나라꽃이다. 그런데 무궁화는 4월이 참으로 서럽다. 지난 식목일에는 수많은 인파가 식목행사를 뒤로하고 벚꽃놀이를 갔다. 이처럼 벚꽃은 우리 국민이 정말 사랑하는 꽃이 되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자기 나라꽃이 활짝 피는 때 축제를 벌이지 않는 나라는 없다. 네덜란드의 튤립 축제는 세계적이며 일본인들은 사쿠라(벚꽃) 축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모든 국민이 즐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무궁화 축제가 한 번이라도 열렸는지, 국민들은 무궁화를 좋아하는지, 심지어 무궁화 꽃을 알기나 하는지가 궁금하다.

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학생들 대부분은 무궁화라고 답했다. 그러나 무궁화를 제대로 본 학생은 거의 없었다.

교내에 제대로 된 무궁화나무를 한 그루라도 심어 나중에라도 학생들이 보고 사랑하게 하고 싶었다. 묘목 가게에 가보았지만 제대로 된 무궁화나무를 구하기 힘들었다. 마침 친구로부터 꽤 성숙한 무궁화 한 그루를 기증받을 수 있었다. 학교 진입로 안쪽 잘 보이는 곳에 정성을 들여 심었다.

무궁화 자리에 벚나무가 대신하게 되는 현실. 과연 우리는 무궁화를 나라꽃이라고 자랑하며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을 외쳐 부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이상호 천안월봉고교 교장
#무궁화#벚꽃놀이#축제#나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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