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한국공항공사의 ‘부패형 甲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는 2005년 윤리경영을 선포하고 모든 임직원으로부터 직무청렴 서약을 받았다. 2년 뒤에는 국제기준에 맞는 수준까지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며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했다. 직무와 관련해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직원은 바로 해임 또는 파면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2009년 도입했다.

▷항행(航行)안전시설을 발주하면서 2009∼2011년 납품업체로부터 1억2000만 원의 현금과 2200만 원어치의 기프트카드, 2100만 원 상당의 고급 룸살롱 향응을 받은 공항공사 과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구매 담당 중간간부였던 그는 ‘갑(甲)’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납품업체에 계약 체결 대가로 지속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요구했다가 뒤늦게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각각 2000만 원 안팎의 기프트카드를 받아 챙긴 부장과 전직 센터장 등 상급자 세 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요구와 횡포를 견디다 못한 납품업체 사장이 고민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도 드러났다.

▷국내 15개 공항 중 국제선 전용인 인천국제공항은 인천공항공사가 관리, 운영한다. 김포 김해 제주공항 등 나머지 14개 공항은 모두 한국공항공사 관할이다. 공항 수가 여럿이다보니 각종 납품업체와의 거래도 많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번에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면 공항공사가 9년간 자랑한 윤리경영은 공염불에 그쳤다. 직원들이 뒷돈을 챙긴 시점은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이 작년 10월 취임하기 전이지만 김 사장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공기업 실무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챙기고 상급자에게도 상납하는 뿌리 깊은 ‘악성 먹이사슬’이 공항공사에만 남아있진 않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들의 무더기 원전납품 비리 사건도 기억에 생생하다. 준(準)공무원 조직인 공기업의 ‘부패형 갑질’은 국민과 국가에 손실을 끼치는 질 나쁜 범죄행위다. 자체 개혁으로는 한계가 있다. 납품 관련 수뢰나 공금 횡령이 공공기관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지속적이고 강력한 감시와 처벌이 따라야 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