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잠수부들이 처음으로 바다에 잠겨 있는 배의 화물칸 문을 열고 안으로 진입했지만 아직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구조 작업을 통해 한 명이라도 살아온다면 그 한 명이 자기 자식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실종자 가족들은 사흘 밤낮을 현장에서 새웠다. 설령 자기 아이가 아니라도 꺼져가는 희망을 되살려준 데 대해 “살아있어서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오늘로 세월호 침몰 이후 나흘째로 접어든다. 만 사흘(72시간)을 넘기면 선체 내 에어포켓에 산소가 희박해져 사람이 호흡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고 한다. 잠수부들이 어제부터 선내에 산소를 주입하고 있지만 필요한 곳에 산소가 들어가는지는 알 수 없다. 침몰 이후 수면 밖으로 나와 있던 선수의 끝 부분이 물속으로 가라앉아 불안감을 더했다. 구조대는 공기 주머니를 부착해 선수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자신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살아 있을지 모를 승객들이 추위와 어둠 속에서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를 시점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1분 1초가 급한 실종자 가족들은 직접 바닷속에 뛰어들어 구조에 나서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잠수부들도 잠도 못 자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잠수부가 실제 잠수해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한 번에 길어야 30분이 채 안 된다고 한다. 사고 해역은 조류가 빨라 잠수부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악조건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초기에 사태를 근거 없이 낙관해 민군경(民軍警)을 막론하고 전국 최고의 잠수부들을 모으는 작업이 늦어졌다. 잠수부들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들을 하나로 엮어낼 수 있는 지휘 능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구조 작업은 처음에는 해양경찰청장이 지휘하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해군참모총장이 지휘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바닷속 구조 작업은 정밀한 상호협력이 필수적인데도 지휘부가 허둥지둥대다 적절한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고도 그렇지만 구조 작업 역시 후진국형이 아닌가.
실종자 가족들은 “제발 아이들을 살려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한 명의 생존자도 구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구조 작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침몰한 세월호 어딘가에는 어른들의 도움을 바라며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을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의 희망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