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순방한다. 지난해 말 연방정부 잠정 폐쇄로 연기됐던 만큼 이번 아시아 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나라마다 의제는 다르겠지만 순방이 이뤄지는 지역적 맥락에 따라 대통령의 어젠다가 점차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국의 지배력과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커지는 상황과 여기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의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1기에 미국이 아시아로 회귀(pivot)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중동지역에서 아시아로 정책과 자원 배분의 재균형(rebalance)을 이룰 것임을 암시했다. 미 행정부는 아시아 회귀에 전념하려 하지만 세계는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다.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위기, 이란 핵 문제의 긴급성은 워싱턴의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의 부상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중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은 지역 내 생산 네트워크에 필수적이다. 중국의 관광은 이웃 국가들에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어느 아시아 국가도 싫든 좋든 베이징(北京)과 중국인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필요는 없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재조정은 아시아인들 못지않게 미국인들에게도 중요하다. 수십 년 동안 아시아 정부들이 워싱턴이라는 지정학적 자북(magnetic north)에 맞춰 외교관계를 계획해 왔다면 이제는 워싱턴과 베이징이라는 두 개의 자북을 다뤄야만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지역에 중요하고 영구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방어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증진할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무역 구조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가시적인 진전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것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될 위험을 피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봉쇄전략에 골몰하기에는 무역과 금융, 환경과 역내 안정 등 너무도 많은 지점에서 상호 이해가 맞물려 있다. 21세기의 중국은 20세기 중반의 소련이 아니다.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고조되는 갈등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능력은 제한돼 있다. 워싱턴은 대화를 촉진할 수 있지만 그다지 많은 것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울과 도쿄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의제에 포함돼야 할 이슈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과 그것이 지역 안정에 주는 위협이다. 현재 북한은 국제협정이나 진행 중인 대화에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두 가지 전선에서 모두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없고 중국이 평양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필요한 어려운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주장에 많은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생각하기에 고통스럽고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우리에게는 평양에 대한 간여(engage)를 다시 시작해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할 수 없다면 동결이라도 할 수 있는 당근과 채찍의 배합을 찾는 노력을 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위협은 실질적이고 계속 커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한미 양국의 목표와 전략에 대한 동의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이를 굳건하게 하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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