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칼럼을 쓰는 게 버겁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글을 쓰자니 전문 지식도 없는데 혼란스러운 상황에 괜히 잡음 하나만 더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필자의 일상 업무인 기업경영 얘기를 하자니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필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멍한 기분일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주어진 임무에 전념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길인지, 아니면 당분간은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조용히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불편한 마음은 자연스레 정부와 지도자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진척 없는 구조 소식, 계속되는 정치인들의 실언(失言) 해프닝을 보고 있으면 ‘앞으로 재난구조 지휘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가 해줬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여객선 선장 역시 선진국 사람을 고용하게 하면 적어도 어처구니없는 참사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왜 우리 리더들은 이 모양일까.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가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실은 논문 ‘블루오션 리더십’에서 나쁜 리더십의 특징을 현장직, 중간직, 고위직에 따라 각각 분석했다.
우선 나쁜 현장 관리자(하급 관료)들은 오직 상사로부터 칭찬받는 것을 목표로 삼아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자신들 선에서도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정도 미루고 기다렸다가 상사들에게 넘긴다. 조명탄 하나 쏘는 허가를 받는 데만 20분이 걸렸다는 실종자 가족의 인터뷰, 그리고 많은 요구를 받았지만 사흘이 지나서야 현장에 투입된 집어등과 저인망 그물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둘째, 나쁜 중간 관리자들은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희열을 느낀다. 불필요하게 책무를 나눠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조직 내 경쟁심을 유발한다. 이는 ‘대책본부’라는 이름을 가진 조직이 넘쳐나지만 누가 무슨 대책을 세우는지 알기 힘들고 자기 조직 챙기기가 우선인 현재 상황과 연결된다.
마지막, 최고위급 지도자의 나쁜 리더십은 어떤 모습일까. 최고경영자는 큰 그림을 보고 거시적 전략을 결정해야 하지만 비효율적 리더는 이를 회피한다. 그 대신 하급 관료처럼 연달아 올라오는 보고서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역시 지금의 정부 고위직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고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들이 내린 중대 의사결정 중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다. 수색 작업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인양 작업을 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조차 실종자 가족들에게 미루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나쁜 리더십에 대한 논문 내용이 어쩌면 이렇게 현실과 꼭 들어맞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현장, 중간직, 고위직 모두에서 정부 조직의 리더십을 바로 세우기 위한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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