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은 너무나 안타깝다. 그 모습은 일본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돼 희생자들에 대한 동정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비참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는 급진전하고 있다. 2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 방문했다. 24일 정상회담 후 오바마 대통령은 센카쿠(尖閣)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일 교섭에 관해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맞춰 북한은 제4차 핵실험을 실시한다는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 25일은 바로 북한 인민군 창건 기념일이다.
한국 국방부는 2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 북동부 풍계리의 핵실험장에서 갱도를 덮는 막이 설치되고 차량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등 ‘많은 활동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단기간 내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신반의이긴 하지만 약 1개월 전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 ‘노동’을 발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그것을 비난하는 ‘보도기관용 담화’를 발표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때 북한 외무성은 ‘핵 억지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최악의 사태를 준비해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전화로 협의하고 북한의 핵실험을 멈추기 위해 논의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막는 것은 한중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중이 협력해 북한에 사전 경고한 것의 의미는 적지 않다.
물론 한국 국방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위장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사실 지난해 2월 제3차 핵실험 전에는 북한 국방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그리고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전면에 나섰고 핵실험 후에도 벼랑 끝 전술을 전개했다. 거기에 비해 이번 핵소동은 북한 외무성이 단독으로 담당하고 있다.
만약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그 결과로 인해 북한은 중대한 사태를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미 금융규제가 확대됐고 금수(禁輸)물자를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화물검사 의무화 조치도 나왔다. 이번에는 그 이상의 엄격한 조치가 내려질 것임에 틀림없다.
또 남북 대화와 북-일 협의가 단절될 뿐 아니라 6자회담과 북-미 교섭도 불가능해진다. 그 이상 심각한 것은 북-중 관계의 악화일 것이다.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축소돼 경제협력이 차단되면 북한의 경제부흥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경제건설과 핵무기 건설의 병립노선도 좌절될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라 중국은 북한에 대해 ‘한국 카드’를 사용할지도 모른다. 중일, 한일 관계에 더해 북-중 관계까지 악화되는 가운데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면 그것만으로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환경은 바뀐다. 한미일의 이해득실을 계산하기는 복잡하지만 북한으로서는 큰 손실이다.
이러한 추론을 해보면 북한의 핵실험은 자살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건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다.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가 계속되는 것에 대한 짜증이다.
게다가 핵실험이 초래할 엄청난 결과로부터 판단할 때 제4차 핵실험은 김정은의 경험 부족에서 유래하는 위험한 모험주의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숙청되고 그의 부인 김경희가 모습을 감춘 후 북한에는 더이상 김정은의 폭주를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