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동정민]朴心 유령에 멍드는 與

동정민 정치부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에 묻히긴 했지만 6·4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내내 새누리당 내부 최대 논란은 ‘박심(朴心)’이었다.

경선 지역마다 어느 후보에게 ‘박심’ 즉,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이 있느냐를 두고 공방이 오가는 중이었다.

박심 후보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예비후보뿐만이 아니다. 김황식 서울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정창수 강원지사 예비후보 등 도대체 박 대통령과는 인연조차 찾기 힘든 후보까지 박심 후보라는 소문이 퍼졌다. 박심 바이러스는 일부 기초단체장 경선까지도 침투했다.

박심 논란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의 한심한 현주소가 보인다. 무엇보다 실체가 묘연하다.

박심이라는 유령이 당 전체를 휘감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박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박심의 주체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라는 설, 일부 친박(친박근혜) 지도부라는 설도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대통령의 지지율을 활용해 한 표라도 더 얻고 싶은 후보 당사자들도 박심 논란을 부추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경남지사 경선 때 경남지역의 친박 의원 다수가 박완수 예비후보를 밀었다. 박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위의 교감과 충분한 메시지를 가지고 나왔다”며 박심 후보임을 은근히 자랑했다. 당연히 교감한 ‘위’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국민이나 당원이 보기에 박 예비후보에게 박심이 실렸다고 볼 만한 소지가 없다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조차 “대통령이 박 후보를 지지할 한 가지의 이유도 찾기 힘들다”고 할 정도다.

돌이켜보면 박심은 홍준표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큰 이 지역 친박 의원들과 열세인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박 예비후보의 박심 마케팅이 결합됐던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박심 후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지지율 1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박심 마케팅이 절실한 후보들이다.

어차피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드러내놓고 특정 후보를 밀 수 없다. 박심 논란으로 대통령은 당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당은 대통령에 종속되어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커질 뿐이다. 그렇다고 박심 후보 딱지가 승리 보증수표도 아니다. 김황식 예비후보도 기대만큼 뜨지 못하고 박완수 예비후보도 졌다. 결국 대통령과 당 지도부 리더십에 상처만 냈다.

박심 논란이 더 걱정되는 이유는 앞으로 예정된 정치 일정 때문이다. 5월 초 원내대표, 5월 말 국회의장단 선거, 7월 14일 전당대회 등 당내 정치 일정이 이어지면서 박심 논란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여당은 건강한 협조와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국민뿐 아니라 당원들도 실체가 불분명한 박심 후보라는 이유로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후보들은 박심을 팔기 전에 본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결과는 민심과 당심(黨心), 순리에 맡겨야 한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