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전예산’이 최고의 보편 복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열린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안전에 대한 국가 틀을 바꾸는 데 예산을 우선순위로 배정하고 인력과 예산을 중점 지원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성장 일변도로 치달은 우리 사회 현주소를 자성하고 재난 안전 예산을 먼저 확보하라는 국정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최근까지 복지는 국가 재정의 블랙홀이었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복지 요구를 뒤따라가는 데 급급해 올해 복지예산이 100조 원을 돌파했다. 복지 지출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쳐도 증가율만은 가팔랐다. 급격한 복지 확대에 재난 안전 예산은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재난 관리 예산을 연평균 4.9%씩 줄이기로 돼있다.

성장과 복지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다 해도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기본책무다. 본래 적의 침입이나 자연재해로부터 공동체를 지킨 것이 국가의 기원이었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놓고 논란이 뜨거웠으나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안전보다 더 중요한 보편적 복지는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본보가 어제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재난 위험 등급’을 받은 학교 건물을 개축하는 비용이 안전 예산이다. 무상급식과 붕괴 위험의 학교 시설 개축을 놓고 학부모에게 선택을 물을 경우, 무상급식을 택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건가. 학교를 비롯한 다중 이용시설에 효율적인 재난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는 것도 안전 예산에 포함돼야 한다.

정부는 국가안전처를 중심으로 부처별로 쪼개진 재난 및 안전 관련 예산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은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부처마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꼼꼼히 점검하고 최우선적으로 관련 예산을 짜는 것이 먼저다.

재난 대비를 위한 예산이 불요불급(不要不急)하다거나 낭비라고 생각하는 공직사회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안전 투자는 국방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 만에 한 번 있을지 모르는 재난이나 사고에 대비하는 비용이다. 안전 예산과 취약계층에 돌아갈 복지 예산은 늘리되 지역구 민원 사업이나 이익단체 달래기용 포퓰리즘 사업을 없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복지#국가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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