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이 출마 권유” 김황식 주장에 청와대 왜 말이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6일 03시 00분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하게 된 배경에 박근혜 대통령의 권유가 있었다는 주장이 사실인가. 김 전 총리는 최근 “박 대통령께서도 저의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정부, 대한민국의 성공을 바라는 분들이 박원순 시장을 교체시킬 후보자는 저라며 저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고 또 저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 형식을 빌려 재차 강조했다.

그의 주장이 맞는다면 박 대통령은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불법 행위를 한 것이다. 2004년 총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공개 발언을 해 국회에서 탄핵 소추가 의결됐다. 헌법재판소는 “위반의 정도가 탄핵 사유가 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며 기각했지만 결정문을 통해 선거중립 의무 위반임을 적시했다.

박 대통령의 권유가 사실이라면 6·4지방선거에 앞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뽑는 경선 역시 박심(朴心)이 작용하는 불공정 경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야당 후보와 겨루는 본선에서도 공정한 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국무총리까지 지낸 김 후보가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을 키우는 것부터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 이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권유가 실제로 있었는지, 청와대나 새누리당의 일부 인사들이 ‘박심’을 파는 것인지, 지지율을 높이려는 김 후보의 ‘노이즈 마케팅’인지 청와대가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올해 3월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도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다는 ‘격려의 말’을 공개해 논란을 부른 적이 있다.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김 후보의 경쟁자인 정몽준 후보 측의 여론조사 짜깁기 선거홍보물 제작 논란과 김 후보 측의 ARS 여론조사를 가장한 흑색선전 논란이 더해져 네거티브 양상이 도를 넘고 있다. 비전과 공약으로 수도 서울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집권 여당에서 터져 나오는 수준 낮은 이전투구가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김황식#새누리당#서울시장#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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