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올해 구매력 기준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 신화통신 인터넷판인 신화왕(新華網)은 ‘학계에서도 구매력 평가 비교방식을 놓고 논란이 있다’면서 ‘실속 없이 헛살만 찐 것을 두고 득의양양하면 개혁발전 방향에 긍정적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이 2년 전 세계에서 7번째로 ‘2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에 가입했을 때 요란하게 자랑하던 것과 대비된다.
▷중국이 겸손해서 그럴까. 아니면 실제로 경제 1위의 자격이 없는 것일까. 하긴 1인당 구매력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의 순위는 99위에 불과하다. 밖에서 보는 중국보다 안에서 중국인들이 체감하는 중국이 실체에 가까울 수도 있다. 로널드 잉글하트 미국 미시간대 교수가 세계 80여 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세계 가치관 조사’ 과정에서도 중국이 아직은 세계 정상에 오를 만한 실속을 갖추지 못한 나라임이 드러났다.
▷각국 국민의 인식 변화를 추적하는 가치관 조사는 1980년에 시작됐다. 한국 조사는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와 공동으로 담당한다. 참여국 대부분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설문 조사를 마치고 2012년 8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은 2013년 1월에야 조사를 끝냈고, 결과도 지난달에 나왔다. 중국이 늑장을 부려 같은 시점에서 각국 국민의 가치관을 비교하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분석 결과에서도 국제 수준과 차이가 있는 중국인들의 경제적 정치적 인식이 드러났다. 자신의 계층을 묻는 질문에 중국 응답자의 52.2%는 하류층이라고 답했다. 중산층은 47.6%, 상류층은 0.2%였다. 2년 전 조사에서 하류층이라고 답변한 한국인은 21.0%였다. 중국인의 90.1%가 실업자에게 정부가 도움을 줘야 한다고 응답한 것도 다른 나라와 차이가 크다. 중국인의 67.5%는 “정치 지도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필수적이다”는 질문에 동의했다. 세계 평균은 47.8%, 한국은 30.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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