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한 2일 서울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중간수사 결과 서울메트로와 감독당국인 서울시의 한심한 행태가 속속 드러났다. 서울메트로 신호팀 직원은 추돌사고가 나기 14시간 전인 2일 오전 1시 반경 신호체계에 오류가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울메트로와 서울시는 3일 사고 원인을 발표하면서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신호 오류가 난 사실을 몰랐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루 평균 1100만 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 지하철의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이 어제 공개한 대로 종합관제센터의 소홀한 감시, 기관사의 열차 지연 출발 미(未)통보, 안내방송 장치 고장 등 치명적 잘못이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은 서울메트로의 나사가 빠져도 단단히 빠졌음을 드러낸다.
서울메트로가 운행하는 서울지하철 1∼4호선 전동차 1954대 중 41%는 제작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차량이다. 그런데도 올해 서울메트로의 안전투자 비용은 440억 원으로 연간 수입 예산의 2.4%에 불과하다. 안전관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후진적인 형국이다.
이런 마당에 서울메트로는 15일자로 전체 직원의 17%인 약 1600명을 승진시킬 예정이다. 지난해 승진자 607명의 2.6배로 전례가 없는 대규모 ‘승진 잔치’다. 직원들이 승진에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진 예정일이 지방선거를 20일 정도 앞둔 시점이어서 ‘박원순 서울시’의 선심성 인사라는 비판도 면키 어렵다.
서울메트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의 공기업에서 없앤 퇴직금 누진제를 2002년 이전 입사자에게 유지시켜 주는 등 방만 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작년 말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반대하며 파업을 예고해 박 시장으로부터 손실금 50% 보전이라는 파격적 조치까지 얻어냈다. 이번 사고는 서울시와 산하 공기업의 이 같은 적폐로 인해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시민의 공분(公憤)만 키울 대규모 승진잔치부터 즉각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