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21일째인 어제 50대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그는 선체에 로프를 매서 가이드라인을 설치하려고 오전 6시 6분경 입수했다가 11분 뒤 수심 24m 지점에서 통신이 끊겨 급히 구조됐으나 의식을 잃었다. 이 씨는 피로가 누적된 잠수사들을 대체하기 위해 이날 처음 입수했다가 변을 당했다.
30년 경력의 잠수사인 고인은 2인 1조로 잠수하는 수칙을 지키지 않고 혼자 입수했다. 해양경찰청 측은 실종자를 찾으러 수심 40m까지 내려갈 때는 2명이 함께 가지만 수심 20m대에서 가이드라인을 설치하는 작업은 관행적으로 혼자 입수한다고 밝혔다. 안전수칙을 어겨 참사가 일어난 세월호 현장에서 또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났다니 참담하다. 더구나 현장 바지선에 군의관이 있었다면 곧바로 긴급구호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 조치에 미흡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또 놓쳤으니, 우리는 불과 21일 전 참사에서 배운 점이 없단 말인가.
고인은 대를 이은 잠수사였다. 해경이 새로 모집한 민간 잠수사 중 한 명이었으나 잠수는 민간 구난 업체 언딘의 관할 아래 했다. 고인의 죽음을 놓고 해경과 언딘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못 볼 노릇이다.
세월호 수색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잠수병을 호소하거나 부상을 입는 잠수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초대형 태풍을 뚫고 정전된 40층 건물에 들어가 휴대전화 조명 하나에 의지하면서 사람을 찾는 것과 같다고 한다. 잘못하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최악의 맹골수도에서 잠수사들은 자기 자식을 찾는 심정으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도 구조 활동을 벌이던 한주호 준위가 생명을 잃었다. 세월호의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잠수사들의 생명도 소중하다. 사고대책본부는 고군분투하는 잠수사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작업 여건을 개선하는 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