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완구 박영선 새 원내대표, 국회부터 개조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새누리당의 이완구 새 원내대표는 어제 선출된 직후 “앞으로 대통령에게 어려운 고언(苦言)을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1기 내각은 ‘받아쓰기’에만 급급해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지 못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민심을 생생히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면 국정 운영에 큰 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임 최경환 원내대표는 1년 전 취임 때 “민심을 (대변할 때는) 당이 앞장서서 (청와대를) 견제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당이 청와대에 끌려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이 원내대표는 범(汎)친박(친박근혜)으로 분류되지만 40여 년 동안 정치 경제 치안 민선 도지사를 거친 다양한 경험에다 ‘포스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로 불릴 만큼 충청권의 대표성을 띤 3선 중진의원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도지사직을 자진 사퇴할 정도로 결기와 소신도 강한 편이다. 그가 하기에 따라서는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수습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날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영선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무엇을 하는 정당인지,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 또렷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제1야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에 오른 박 원내대표는 3선 중진으로 강경론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새해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겨 오전 5시 무렵에야 통과된 데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에 대한 그의 반대도 한 원인이 됐다.

세월호 관련 국정조사나 특검에 대한 두 원내대표의 시각은 차이가 있지만, 총체적인 국가시스템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충분한 대화와 설득을 통해 국회 차원의 해법을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정치, 새로운 국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19대 국회 전반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120여 개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아 ‘불량 국회’라는 오명을 듣게 만들었다. 이런 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두 원내대표가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회부터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국회로 개조되지 못한다면 국민의 실망이 절망으로 바뀔 것이다.
#세월호#이완구#박영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