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非朴 정몽준의 압승, 새누리당 반란의 신호탄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3일 03시 00분


정몽준 국회의원이 어제 김황식 이혜훈 예비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새누리당의 6·4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정 후보는 선출 직후 “무능하고 위험한 세력에게 절대 서울시장 직을 계속 맡길 수 없다”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인 박원순 시장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에 “조용한 선거,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를 모두 확정했다. 새정치연합이 오늘 전북도지사 후보를 결정하면 광역단체장 선거의 여야 대진표가 완성된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다른 때보다 후보 선출이 한참 늦어졌지만 15, 16일 후보 등록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지방선거의 막이 오르게 된다.

새누리당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보면 ‘비박(非朴·비박근혜)계의 약진, 친박(親朴·친박근혜)계의 고전’이 두드러진다. 서울에서 노골적으로 박심(朴心)을 과시한 김황식 전 총리를 상대로 비박인 정 후보가 압승을 거둔 것이 대표적이다. 당내 친박 지도부와 청와대가 정 후보 견제를 위해 김 전 총리를 내세웠지만 현실을 무시한 무리수로 체면만 구겼다. 전남·북과 광주를 제외한 14개 시도 가운데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를 비롯해 9곳에서 비박계 후보가 선출됐다.

새정치연합도 친노(親盧·친노무현)계와 친안(親安·친안철수)계의 퇴조가 뚜렷하다. 친노계 광역단체장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경남도지사 후보로 뽑힌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뿐이다. 친안계의 경우 야심적으로 내세운 김상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낙천해 현재로선 안심(安心)이 작용한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가 유일하다. 하지만 공천 과정을 놓고 어제 당내 수석대변인인 이윤석 의원이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에게 “이렇게 할 거면 당을 떠나라”고 하는 등 당내 갈등이 폭발하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공천이긴 하지만 여야의 주류 세력인 친박, 친노, 친안계가 약세를 보인 것은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를 상징한다는 의미여서 향후 정국 변화가 감지된다. 어느새 기득권 세력처럼 돼버린 안 대표는 물론이고 친박, 친노세력에 대해 당심(黨心) 밑바닥으로부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했다는 점도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드러낸다.

앞으로 20여 일간, 변화를 원하는 민심을 담아내지 못하는 정당은 6·4선거에서 외면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세월호 국회’를 선거에 이용할 목적으로 지나친 정쟁으로 몰고 갈 경우 여야 어느 쪽이든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국민적 참사로 인해 조용한 선거를 치를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지역 일꾼을 뽑는 국가 대사(大事)에 대한 관심과 참여까지 가라앉아서는 곤란하다. 구체적 살림살이와 밀접한 지방선거인 만큼 유권자는 정당의 공약과 후보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정몽준#김황식#이혜훈#새누리당#서울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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