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대환]‘국가안전처’ 설립 이전에 할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3일 03시 00분


조대환 변호사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전문위원
조대환 변호사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전문위원
옛날엔 각자의 안전은 각자가 책임지는 체제였다. 거대한 공장 기계장치, 비행기 등 고속화된 운수장비, 폭발성 혹은 중독성을 가진 가스를 생산하는 화학시설 등이 우리 주위에 진격해 오면서 일반인은 고위험에 대한 아무런 정보나 통제력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므로 국가가 대신 안전을 관리하는 책임을 지게 하였다.

선박 예를 들면 건조 시에, 그리고 정기적으로 도면과 함께 안전성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하며 복원성의 유지, 화물적재·고박(固縛) 방법에 대하여도 승인 검사를 받은 다음에야 운항이 가능하다(선박안전법). 또 선박의 면허제도 역시 선박직원법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세월호 사건은 법이 잘못되거나 미비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다. 정부(공무원)가 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최근 재발 방지 대책으로 가장 많이 제안되는 것은 국가재난관리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고, 대통령도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자고 제의했다. 그동안 국가재난을 전문적·통일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나 공무원이 없어 이번 사태가 발생하였다고 진단하고 법률과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이 악화되다 보니 깊은 고민과 폭넓은 검토도 없이 내세운 정치적 출구전략 차원의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이다.

인재에 대한 대책은 평범한 두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현대 위험사회의 위험 증가에 대응하여 분야별로 각 부처가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입법화하고, 이를 내용대로 집행하면 된다. 즉 제도는 지금도 잘되어 있는데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 게 문제이므로 지금부터 담당 공무원들이 안전에 관한 감시감독을 더욱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

법과 제도(감독기구)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이를 집행·운용하는 공무원이 바뀌지 않으면 사고는 재발된다. 미국 9·11테러 당시 소방관들은 무너질 것이 예상되는 건물에 진입하여 건물 속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였는데 우리 해경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재난관리기관이 없어서 인재가 발생한 것처럼 책임을 호도하고 새로운 제도를 신설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넘어가려는 습관성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

조대환 변호사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전문위원
#세월호 사건#안전#정부#국가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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