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 집행 비웃으며 국민 분노 키우는 유병언 일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4일 03시 00분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 16일 출석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유 씨의 장남 대균, 차남 혁기, 장녀 섬나 씨 등을 소환했으나 모두 불응했다. 검찰은 어제 대균 씨의 서울 서초구 염곡동 자택에 강제 진입해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행방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혁기 씨와 섬나 씨는 미국에 머물며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이 제3국으로 이미 도피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검찰은 유 씨의 지시로 유 씨의 자녀들과 측근들이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잡고 있다. 어떻게 보면 무고한 인명 304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세월호 참사의 정점에는 청해진해운의 선장이나 선원, 직원들이 아니라 이들을 부리며 회삿돈을 빼먹은 유 씨 일가가 있다. 유 씨가 소속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산으로 알려진 금수원의 대표인 탤런트 전양자 씨 등 일부 측근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유 씨 일가는 의혹이 부당하다면 검찰에서 밝히면 된다. 소환 자체를 거부할 어떤 명분도 없다.

유 씨 일가에서는 “우리 집안은 이미 전쟁을 치러 봤다”며 결전을 불사할 분위기마저 감돈다고 한다. 유 씨와 대균 씨는 구원파 신도들을 방패막이 삼아 금수원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어제와 그제 찾아간 경기 안성의 금수원에는 신도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접근을 막았다. 만약 두 사람이 신도들 뒤에 숨어 검찰 소환에 불응하는 것이라면 국민의 분노만 더욱 키울 뿐이다.

유 씨가 1991년 오대양 사건의 재수사로 검찰에 소환될 때 일부 신도는 언론사 등에 몰려다니며 거센 저항을 했다. 이번에도 청해진해운 계열사 관련자들이 대검찰청이나 인천지검으로 소환될 때마다 신도들이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고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인 유 씨는 탄압받는 종교 교주로 행세해 해외 여론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신흥 종교집단의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검찰은 신도들과의 불필요한 충돌로 수사의 초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검찰은 아직 유 씨 일가의 소재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 해외에 머무는 혁기 씨와 섬나 씨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사법공조로 이들의 국내 송환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쉽게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단 국내에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유 씨와 대균 씨에 대해 최대한 신속히 조사가 이뤄지도록 검찰이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유병언#세모그룹#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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