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귀농 귀촌은 자신이 없고…. 그냥 평일에는 도시에서, 주말에는 전원에서 살고 싶어요.”
오랜만에 필자를 찾아온 후배가 던진 말이다. 도시생활을 내려놓기는 어렵지만 전원생활은 맛보고 싶다는 얘기다. 도시와 전원을 오가는 이런 ‘이중생활’을 영어로 ‘멀티 해비테이션(Multi Habitation)’이라고 한다. 후배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되는 도시인들의 진정한 로망은 도시에 직장과 메인 하우스 등 근거지를 그대로 두고 전원에 세컨드 하우스(주말주택)를 보유하는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후배 말마따나 주변에 주말 전원생활을 하는 도시인이 많다. 경제활동, 자녀교육 문제 등 여러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이를 절충한 주말주택을 선택한 것이다.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 생활하는 것을 의미하는 ‘5도(都) 2촌(村)’에서 ‘4도 3촌’으로, 심지어 도시보다 시골에 더 오래 머무르는 ‘3도 4촌’ ‘2도 5촌’ 사례도 눈에 띈다.
요즘 아담한 주말주택(이동식 주택, 농막은 제외)은 대개 땅(대지)을 포함해 1억 원 안팎, 많아야 2억 원을 넘지 않는 추세다. 경기를 중심으로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이내 거리인 충청권 강원권을 선호한다. 2013년 귀촌 가구가 전년 대비 36.2% 증가한 2만1501가구에 이르는 등 전원행 발길은 계속되고 있어 주말주택 또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주말주택이든 메인 전원주택이든 실제 내 집을 마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계획이다. 그래서 집짓기를 준비 중인 이들은 “건축비가 평당(3.3m² 기준) 얼마냐”를 궁금해 한다. 이는 집의 입지, 크기, 골조, 마감재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대체로 일반적인 전원주택의 건축비는 3.3m² 기준 300만∼400만 원대, 고급스러운 것은 500만∼700만 원대이다. 전통한옥의 경우는 100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애초 집 건축 자금 계획은 여유 있게 세우는 것이 좋다. 토지 구입이나 집짓기 계획 단계에서 세웠던 자금보다 30% 안팎, 심지어 50%까지 더 들어간다.
통상 전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방법은 땅을 사서 개별적으로 짓거나 단지형 전원주택을 분양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찾아보면 다양한 길이 있다. 특히 요즘은 동호인 전원마을 조성이 활발하다. 취미나 지향하는 바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땅을 공동 구매한 뒤 집을 짓는다. 강원도(시니어낙원사업), 경북 상주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5가구 이상의 동호인 마을을 조성할 경우 진입로, 상하수도, 전기, 전화 등의 기반시설을 지원해준다.
이와 함께 귀농·귀촌인 등 도시민 유치를 겨냥해 정부에서 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는 전원마을(20가구 이상·146곳)과 농어촌뉴타운(100∼200가구·5곳) 사업도 있다. 전원마을 조성사업(현 신규마을 조성사업)은 입주자 주도형(마을정비조합 방식)과 지자체 한국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 주도형으로 나뉜다. 공공기관 주도형의 경우 올해부터 10가구 이상으로 기준이 완화됐다. 농어촌뉴타운사업은 현재 충북 단양군과 전북 장수군에서 입주자를 모집 중이다.
땅을 사서 집을 지을 자금이 부족하면 기존 농가주택을 매입하거나 경매로 저렴하게 낙찰 받아 개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경우 농지보전부담금을 안 내고 되고, 기존 전기 상하수도 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허가 건물이거나 남의 땅에 들어선 집도 있으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귀농인은 주택 구입 및 신축 관련 저리의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지원 대상 주택은 주거 전용면적이 150m²(약 45평) 이하여야 한다. 정부는 3월 20일부터 대출 지원 조건을 가구당 최고 5000만 원까지로 확대하고 금리는 연 2.7%(만 65세 이상은 2%)로 낮췄다.
내 집을 짓거나 살 여력이 없다면 빌리는 방법도 있다. 사실 먼저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것보다 일단 농지나 농가를 임차해 살면서 일정 기간 농업인의 자격(농지원부)을 갖추면 이후 땅을 사고 집을 짓는 데 있어서도 유리하다. 농지 구입이나 주택 신축·매입 시 취득세 등 감면과 저리의 대출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두르지 말고 내게 맞는 전원 보금자리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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