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사람들’의 전멸, 말 바꾸며 합당할 때부터 예고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5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안철수 공동대표 측 인사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17곳의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경기의 김상곤 전 교육감, 전남의 이석형 전 함평군수, 전북의 강봉균 전 장관, 대전의 송용호 전 충남대 총장 등 ‘안철수 사람들’은 모두 옛 민주당 출신에게 밀렸다. 민주당과 급조된 합당을 할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광주에서는 지지율에서 앞서던 강운태 현 시장, 이용섭 의원의 경선 요구를 당 지도부가 묵살하고 전략 공천으로 안 대표 측 윤장현 후보를 낙점하자 강 시장과 이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 단일화에 합의했다.

기초단체장 공천에서도 안 대표 측은 서울 중구 동작구 등 전국 10여 곳에서 전략 공천을 희망했지만, 민주당 출신들이 “인물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반발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각에선 민주당 출신들의 텃세와 기득권 챙기기에 안 대표 측이 전멸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정당들은 과거에도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이 지역 기반과 인지도가 낮을 때 ‘전략 공천’으로 발탁하는 일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절차와 원칙, 기준이 투명하고 전국적으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애매한 인물들을 안 대표 측이 ‘꽂아 넣기’를 하려다 “새 정치는커녕 헌 정치에도 없던 난폭한 구태”라는 비판을 들었다. 이윤석 수석대변인이 “두 대표는 당을 떠나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대변인직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올해 3월 2일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당을 합치기로 전격 선언했을 때부터 6·4지방선거와 관련해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았다. 5 대 5라는 창당 지분을 지도부 구성은 물론이고 공천에서도 최대한 존중하기로 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안 대표 입장에선 ‘새 정치’라는 간판과 국민적인 지지가 필요해서 자신과의 결혼에 박수쳤던 민주당 사람들이 볼일 다 봤다는 듯 안면을 바꾸는 듯한 태도에 배신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안 대표가 강조했던 ‘능력과 의지가 있는 신인’이라기보다는 ‘정체가 불명확한 사람들’을 낙하산식으로 투하하려는 것은 점령군식 행태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개혁 공천도 못 하는 것이라면 대체 안 대표는 왜 민주당과 통합을 했는지, 그 전에 왜 정치를 하려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어제 당내 공천 분란과 관련해 “안 대표는 실상을 잘 모르더라”라고 언급했다. 안 대표로서는 대권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 사람을 심고 싶은 조급함이 오히려 리더십의 한계만 노출한 꼴이 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이 비탄에 빠진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잿밥 싸움’으로 지새우다 보면 대안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만 깊어질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안철수#광역·기초단체장 후보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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