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사바사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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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
손진호 어문기자
10년 전쯤 누리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우리말 어원이 무엇인지를 인터넷 설문 조사한 결과 ‘사바사바’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조항범·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새삼 이 단어를 떠올린 것은 물론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사바사바’는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잇속에 눈이 먼 해운회사와 그런 회사를 감싸온 감독기관의 ‘사바사바’도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사바사바’는 속어이긴 하지만 1999년에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랐다. 그즈음에 더이상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비슷한 의미의 글말 ‘짬짜미’도 꽤 쓰고 있지만 입말에서는 ‘사바사바’도 적잖이 오르내린다.

그런데 구린내가 나는 이 단어, 어디서 왔을까. 먼저 ‘고등어 설’이다. 일본말 ‘사바’는 고등어(鯖)를 뜻한다. 고등어가 지금은 흔하지만 일제강점기엔 꽤 비싼 생선이었다. 청탁할 때 유용했다. 고등어 한 손을 들고 일본인 순사를 찾아가면 “아! 사바사바”하고 반기며 일을 처리해주었다고 한다. 일본어에는 ‘고등어를 세다(사바/오/요무)’라는 말도 있다. 고등어를 셀 때 잘 속였기 때문에 이 말은 ‘수량을 속여 이익을 탐하다’는 뜻의 숙어다. 우리가 쓰는 ‘사바사바’와 관련이 있을 듯도 하다. 여기서 주의. 일본어에 우리의 ‘사바사바’와 발음이 똑같은 ‘사바사바’라는 말도 있는데 ‘후련히’ ‘상쾌하게’라는 뜻의 부사다. 우리의 ‘사바사바’와는 관련이 없다.

다음 설은 속세를 뜻하는 불교 용어 ‘사바(娑婆)’에서 왔다는 주장이다. 사바세계의 무질서와 추태, 옳지 못한 수단과 방법을 ‘사바사바’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또 있다. 우리의 고수레처럼 밥을 먹기 전에 아귀(餓鬼)에게 한술 떠주는 밥, 즉 뒤탈을 없애기 위한 밥을 가리키는 일본어 사바(散飯·生飯)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장승욱·우리말은 재미있다).

‘사바사바’가 어디서 왔든 무슨 상관이랴. 문제는 ‘사바사바’는 없어져야 하는 검은 관행이라는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피아’들의 천국이다. 정부는 뒷구멍에서 사바사바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제 뱃속만 불리는 관리나 기업을 단죄해야 한다. 그게 못다 피고 스러져간 어린 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이번 참사의 교훈이 아니겠는가.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사바사바#우리말 어원#고등어#불교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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